▲ 하인혜 안전관리 노동자

지난달 6일,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폐수처리시설 청소 작업에 투입된 원·하청 노동자 7명이 질식 사고를 당했다. 재해자 중 30대 노동자는 결국 숨지고 말았다.

언론에 따르면, 밀폐작업 허가서를 끊었지만 산소마스크가 아닌 방진 성능만 있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작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처음 투입된 재해자들이 공정 내 발생하고 있는 불산 가스로 쓰러지면서 이들을 구하기 위해 투입된 인원들도 질식하면서 사고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시설은 밀폐공간으로 분류된 장소기도 했다. 공정 입구엔 밀폐공간 경고표시가 부착돼 있었던 만큼, 이미 사측에서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할 수 있다. 밀폐공간 작업 절차가 마련돼야 하는 시설이란 이야기다. 작업 전 산소농도를 측정하고, 작업구역 내 환기조치를 실시해야 한다. 출입자 명부를 작성하고, 출입구엔 감시인과 관리자가 상주해야 한다. 또한 작업자는 송기마스크를 착용하고 작업을 수행해야 했다. 하지만 밀폐공간·작업 절차가 제대로 준수되지 않았다. 심지어 구조작업도 절차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구조자 역시 송기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외부 대기인이 생명줄을 차고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하면서, 수습된 재해자를 구조해야 한다. 이번 사고는 밀폐공간 작업, 구조 절차가 준수되지 못한 전형적인 밀폐공간 재해 유형이다.

더욱 중요한 문제가 있다. 사고 당시 작업자들은 불산과 질산 찌꺼기를 청소하는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 59조(도급의 승인), 시행령 51조(도급승인 대상 작업), 시행규칙 78조(도급승인 등의 신청)에 따라, 중량비율 1% 이상인 불산·질산·염산·황산 사용 설비를 개조·분해·해체·철거하는 작업 또는 해당 설비 내부에서 이뤄지는 작업에 대해 하도급을 시행할 경우, 외부 전문 기관을 통해 ‘안전 및 보건 평가’를 수행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승인받아야 한다. 공정 내 위험 시설에 대한 목록을 작성하고 있는지, 기계장비·저장시설·공정 시설·배관 등이 화학물질을 견디는 재질인지, 안전작업절차가 수립돼 있는지, 실시간 경보장치와 소화장비를 갖추고 있는지, 안전보건 교육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증명해야 한다.

또한 원청사는 하청사가 안전보건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당연히 하청사는 법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 수준을 갖춘 업체인지 증명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안전 및 보건 평가’ 제도는 원청사와 하청사 모두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평가 보고서는 노동부에 최종 제출되기 전 안전보건공단에서 검토한다. 당연히 공단 차원에서 현장 실사가 이뤄지기도 한다. 검토가 끝나면 노동부에 제출되고, 노동부는 해당 작업공정에 대한 하도급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3년마다 재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결국 현대제철도 원·하청 모두 화학물 누출·화재·폭발·질식사고·추락·감전 등의 재해 예방 절차를 밟고, 시설 관리와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했을 것이다. 대기업에 해당되기에 ‘안전 및 보건 평가’를 받았을 확률이 매우 높다. 평가를 받았다면 이런 사고가 일어나선 안 된다. 하지만 하청노동자가 숨지고, 이를 구하러 간 노동자들도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해 버렸다. 사후관리가 제대로 안 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안전보건조치는 사업주의 의무다. 더구나 하도급 산재에 대한 제도적 프로그램까지 도입됐다면 이를 더욱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평가 때만 그럴듯하게 하지 말고, 평소에도 꾸준히 실시해야 한다. 심지어 ‘안전 및 보건 평가’ 제도는 정부에서 지정한 유해화학물을 일정량 이상 사용하는 사업장에 대해 실시하는 공정안전보고서(PSM)와 유사한 항목들도 있다. 오히려 ‘안전 및 보건 평가’가 ‘공정안전보고서’보다 쉬운 편이다. 과거 언론보도들을 참고하면 현대제철은 공정안전보고서(PSM) 대상 사업장이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 현대제철은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장 내 안전보건 시스템 관리를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더 이상 노동자를 죽이지 않는 사업장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안전관리 노동자 (heine030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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