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지난 14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2022년 총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결사의 자유 침해라는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 보고서가 공개됐다. 보고서 공개와 함께 고용노동부는 ‘결사의자유위원회 권고안 채택에 대한 정부 입장’이라는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다. 이후 필자는 언론으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받았는데, 이번 결사의자유위원회 권고에 “우리나라의 ILO 협약 위반을 언급한 내용은 없다”는 정부의 입장이 맞느냐는 것이었다.

결사의자유위원회 보고서는 통상 △A. 진정인의 주장 △B. 정부의 답변 △C. 결사의자유위원회의 심의의 결론 △D. 권고의 순서로 구성된다. 화물연대 총파업이 다루어진 이번 3천439호 사건 보고서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C. 결론’에서 위원회는 2022년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파업 중인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와 화물연대의 노동조합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한다(560항)”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D. 권고’에서 화물연대의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보장, 업무개시명령 위반을 이유로 한 형사처벌 금지, 파업 참여를 이유로 한 화물연대 조합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등 구체적 권고 사항을 서술하고 있다. 이런데도 정부는 ‘ILO 협약을 위반했다’는 표현이 없다는 식으로 사실을 가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결사의자유위원회는 먼저, 화물연대는 노동조합이 아니기 때문에 파업권 등 노동3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화물연대의 조합원인 특수고용노동자들이 ILO 87호 협약이 보호하는 ‘노동자(worker)’라는 점은 이미 2009년 결사의자유위원회 권고에서부터 인정됐다. 정부는 화물연대본부가 노조설립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진정인들은 화물연대는 산별노조인 공공운수노조 하부조직이므로 별도의 설립신고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ILO 결사의 자유 원칙에 따르면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할 노동자 여부는 근로계약관계의 존부와도 상관없으며 설립신고 여부와도 아무 관계가 없다. 따라서 결사의자유위원회는 “이전 권고들을 반복하며, 해당 노동자들이 결사의 자유를 완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정부가 취할 것을 촉구한다(555항)”고 또다시 권고하고 있다.

다음으로 결사의자유위원회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이 정당했다는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정부는 2022년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원유 등 운송 차질이 발생했고, 이로부터 동절기 난방, 주택 건설현장의 공정 차질 등 국민의 건강, 안전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업무개시명령 발동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사의자유위원회는 시멘트 운송기사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경제의 중핵적 부문에서 이루어진 전면적·장기적 파업이 국민의 생명, 건강 또는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또한 정부가 철강 부문 화물노동자들의 업무 중단이 어떤 방식으로 국민의 생명, 건강 또는 안전을 위협했는지 밝히지 못했다고 봤다.

무엇보다 이번 노동부 보도자료에서 가장 문제적 부분은 “결사위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직접적인 제재도 없다”고 무시하는 지점이다.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ILO 헌장이 표명하고 있는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이라는 ‘노동에서의 기본적 원칙과 권리’ 침해 진정을 심의하는 특별감독시스템의 하나다. 위원회 구성 역시 ILO의 구성원칙과 동일하게 노·사·정 대표로 구성되며, 결사의자유위원회의 결론과 권고는 ILO 결사의 자유 협약에 관한 가장 권위있는 해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결사의자유위원회 권고를, 그것도 동일한 내용으로 십수 년 전부터 반복되고 있는 권고를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하는 것은, 국제노동기준을 정립해온 ILO의 역할 자체를 무시하는 것에 다름없다.

이 정부는 ‘노사법치주의’라는 신조어를 애용하고 있다. 그러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천명한 헌법 33조도 ‘법’이고, 같은 취지에서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ILO 87호, 98호 협약도 ‘법’이다. 정부가 활용하고 싶은 법만이 아니라 정부의 인권침해를 제어하기 위한 법 또한 존중해야 한다.

노동권 연구활동가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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