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약 14년간 ‘극저주파 전자기장’에 노출돼 급성백혈병으로 목숨을 잃은 삼성전자 엔지니어가 법원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4-1부(재판장 이승련)는 삼성전자 엔지니어 A(사망 당시 40세)씨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최근 1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01년 1월부터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2015년 2월 ‘급성전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은 지 열흘여 만에 숨지고 말았다.

디스플레이 패널 옆에서 작업하며 극저주자 전자기장에 노출된 영향이 백혈병 원인으로 지목됐다. A씨 아내는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극저주파 전자기장은 백혈병과의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다”며 불승인 처분했다. 유족은 2018년 8월 소송을 냈다.

1심은 유족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 결론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높은 수준의 극저주파 전자기장에 노출됐다고 판단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엔지니어 3명을 대상으로 시료를 측정한 결과 전자기장 최대 노출 수준이 18.5마이크로 테슬라(µT)로 검출된 점을 근거로 삼았다. 이는 2016년 유럽환경의학학술원의 노출권고 하한인 1µT에 비해 무려 18배가 높다.

재판부는 “전자기장 노출 수준이 높을수록 골수성백혈병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또 고온 실험을 할 때마다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에 반복적으로 노출됐고, 주 6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근무한 부분도 백혈병 원인으로 추정했다.

유족을 대리한 임자운 변호사(법률사무소 지담)는 “근로복지공단은 유해물질과 질병의 관련성을 판단할 때 과학적 엄밀성을 요구하며, 사후적이고 일회적으로 측정한 결과를 그대로 반영한다며 ”이번 법원 판결은 공단의 판단 경향이 위법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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