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전·현직 노동자들이 암 투병 중인 홍세화 장발장은행장의 쾌유를 기원하며 성금을 전달했다. 대규모 정리해고를 불러온 대우차 부실 사태의 책임을 묻기 위한 김우중(전 대우그룹 회장) 체포결사대 활동 당시 프랑스 현지에서 도움을 줬던 홍 은행장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지부장 안규백) 등 한국지엠 전· 현직 노동자는 이날 오후 경기도 일산의 홍 은행장 자택 인근에서 후원 모금액을 전달했다. 홍 은행장은 지난해 2월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뒤에도 항암치료를 하지 않고 사회 운동을 계속해 왔다. 최근 암이 온몸으로 번져 일상생활이 어려운 건강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부는 홍 은행장의 투병 소식을 들은 뒤 올해 대의원대회에서 모금 사업을 결정하고 자발적 후원금 모금을 전했다. 대우차 정리해고 당시 17대 대우자동차노조에서 활동하던 퇴직자들도 동참했다. 430여만원을 모아 이날 전달했다.

김우중 체포결사대를 꾸렸던 당시 유만형 결사대 대장, 박점규 전 민주노총 조직차장을 비롯해 김일섭 17대 대우차노조 위원장, 안규백 지부장 등이 이날 함께 홍 은행장을 만났다. 홍 은행장은 이 자리에서 “파리에서의 기막히고, 의외의 만남 속에서 역할을 할 수 있어 기뻤다”며 “(대우차 정리해고자들이) 다들 복직하고 살아가고 있어 다행이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해고 당시 대우차노조 위원장이던 김일섭 전 위원장은 정리해고 반대 투쟁을 이유로 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됐을 때 홍 은행장이 면회를 왔던 기억을 소환하며 거듭 감사해했다.

김우중 체포결사대는 1천700여명의 정리해고를 단행한 대우차 부실의 책임을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회장에 묻기 위한 투쟁을 벌였다. 3명의 결사대원은 2001년 2월23일부터 같은해 3월6일까지 프랑스 현지에서 김우중 별장 진입과 파리 주요 지역 선전전을 하며 대우차 정리해고, 저항하는 노조를 무력 진압한 정부 행태를 널리 알렸다. 당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발간해 유명했던 홍 은행장은 통역과 편의제공, 길잡이 노릇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대우차 노동자와 관계를 지속해 왔다.

안규백 지부장은 “김우중 체포결사대 등 당시 활동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한국지엠지부도 있을 수 없다”며 “이제는 직원 다수가 정리해고 세대가 아니지만 홍세화 선생의 투병 소식을 듣고 자발적 마음을 모아 주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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