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삼성전자에서 일한 여성노동자 3명의 건강손상자녀 사건이 산재로 인정됐다. 생식독성 물질에 노출돼 선천성 질병을 가지고 태어난 태아장애를 업무상 재해로 본 것이다. 반도체 산업·병원 등과 같은 특정 현장이 아니더라도 생식독성 물질이 노출되는 다른 노동현장 전반에서도 유사한 일이 발생할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이 나온다.

22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김은숙(52)씨, A(46)씨, B(46)씨의 건강손상자녀 사건에 대해 이날 산재로 인정했다.

김은숙씨는 1991년 삼성전자 온양공장에 입사해 금형 세정 작업을 하거나 반도체 불량 여부를 검사하는 일을 했다. 임신한 상태에서도 일하다 1999년 4월 자녀를 출산했다. 자녀는 대장이 제 기능을 하지 않는 선천성 거대결장증 진단을 받았다.

A씨와 B씨는 1995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 각각 두 달 간격으로 입사했다. A씨는 웨이퍼 가공업무를 주로 했고, B씨는 반도체 포토·식각 공정에서 일했다. 2008년 5월 태어난 그의 자녀는 선천성 무신장증·선천성 식도폐쇄와 한쪽 눈 발달 지연 등의 장애를 앓고 있다. 2004년 9월 태어난 B씨의 자녀는 신장무발생·IGA신증(골수 줄기세포 질환)·방관요관역류·지속성 혈뇨 등의 질병을 안고 있다.

이들 피해 노동자는 태아산재를 인정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개정(2021년 12월)이 이뤄지기 전인 2021년 5월 산재를 신청하며 제도개선을 호소했다. 개정 산재보험법 시행 이후에야 역학조사 등의 산재 절차가 시작되면서 신청 3년 만에야 업무상 재해 인정을 받았다.

질병판정위는 산재 승인 사유로 세 노동자가 생식독성과 생식세포변이원성 물질에 노출됐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질병판정위는 △과거 사업장 환경상 유해물질에 많이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 △중대한 기형은 유산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도체 업종 여성 근로자에 유산의 증가가 확인되는 점 △근무 중 유산을 경험하거나 사무직 전환 후 태어난 아이가 건강한 점 등을 근거로 세 자녀의 건강손상을 업무상 재해로 판단했다.

생식독성 물질 노출로 인한 건강손상자녀 문제는 특정 산업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생식보건 위험은 건설업·보건업 등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작업장 환경에 대대적인 점검·개선이 필요한 상황일 수 있다.

남성 노동자 자녀의 태아산재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것인지도 관심사이자 과제다. 개정 산재보험법은 엄마 태아산재는 인정하지만 아빠 태아산재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LCD사업부에서 일하다 2008년 8월 퇴사한 남성노동자 C씨는 이듬해 5월 자녀를 낳았다. 그의 자녀는 차지증후군으로 인해 눈·심장·후비공·발달·생식기·귀 대부분에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는 임신 전 3개월의 유해요인 노출이 태아 질병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산재를 신청한 상태다. 현재 역학조사 중이다.

반올림은 입장문에서 “생식독성 피해를 겪고 있는 다양한 노동자들을 확인하려는 노력, 그리고 생식독성으로부터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반도체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아버지의 업무로 인해 발생한 건강손상자녀도 산재보험에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