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이종섭 대사 즉각 해임 및 수사 촉구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임세웅 기자>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귀국했다.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핵심 피의자로 도피성 출국 논란에 휩싸인 지 11일 만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수사 외압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국민의힘은 이종섭 대사 귀국했으니 더 이상 당정의 일이 아니라고 했지만, 총선에 나선 후보들은 공개적으로 이 대사 사퇴를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반격 카드로 민주당에서 서울 강북에서 공천을 받은 조수진 후보 때리기에 나섰다.

채상병 수사 외압 대통령실 겨냥할까
여당, 민주당·공수처에 책임 돌렸지만 당 안에서도 시끌

민주당은 이종섭 대사를 시작으로 해병대 채상병 수사를 시작하자고 주장했다. 수사대상에 대통령실 개입 의혹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이종섭 대사 즉각 해임 및 수사 촉구 기자간담회’를 열고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가 처벌받고, 국민에게 사과할 것은 사과하면 된다”며 “이종섭 대사를 해임하고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공수처를 향해서는 “공수처는 피의자에 출국금지를 신청하고, 단계적으로 수사에 나서야 한다”며 “핵심은 이종섭이라는 고리를 통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고 진실은폐를 주도했는지 여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는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에 공천까지 준 국민의힘과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입장을 밝히고, 두 후보는 당장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녹색정의당도 핵심은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의혹임을 명확히 했다. 이세동 녹색정의당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종섭 대사의 입국 소식을 알리며 다 해결됐다고 했지만 사건 본질인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의혹이 규명되기 전까지 해결은 있을 수 없다”며 “이종섭 대사의 입국은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화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민주당으로 돌렸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대구 달서구에서 열린 윤재옥 원내대표의 선거사무실 개소식에서 “이제 답은 공수처와 민주당의 일이지, 당정이 해야 할 일은 아니다”며 “정말 문제가 있었다면 빨리 조사하고 끝내면 되는데 아직 준비도 안 된 것은 공수처와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질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선거를 직접 뛰고 있는 여당 의원들은 야당과 가까운 메시지를 냈다. 이종섭 대사가 사퇴하고 빠르게 수사받아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최재형 의원은 각각 이날 오전 CBS라디오와 SBS라디오에 출연해 이종섭 대사의 사퇴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태호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계급장 떼고 수사받는 게 국민 눈높이”라며 “이종섭 대사 귀국은 잘한 결정이지만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여론무마책이 아니라 사태 해결 시발점임을 보여야 한다”고 적었다.

이종섭 대사는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임시 귀국한 것은 방산 협력과 관련한 주요국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체류 기간 공수처와 일정이 잘 조율돼 조사받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만 말했다.

국민의힘은 조수진 후보
성범죄자 변호 이력 논란으로 반격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조수진 서울 강북을 후보를 공천했다며 반격에 나섰다. 민변 사무총장과 노무현재단 이사 이력을 가진 ‘인권변호사’로 영입한 조수진 후보가 성범죄 피의자를 변호하고, 감형 전략을 홍보한 점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 것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변호사는 성범죄 가해자를 변호할 수도 있지만, 초등학생이 강간 피해를 당했는데 아버지가 그랬을 수도 있다는 변호를 하는 경우는 상식적으로 없다”며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한 행동들이 민주당에선 용인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당 대표는 조카가 사귀던 사람의 가족을 잔인하게 살인한 사건에서 데이트폭력이라 말하고 그걸 변호했던 사람”이라며 “조수진 후보가 특이한 게 아니라 (민주당이) 그런 생각 가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녹색정의당도 조수진 민주당 후보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성범죄자를 변호할 수는 있지만 국회의원의 자질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세동 녹색정의당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피해자가 스쿨 미투 운동을 한 적 있으니 진술을 믿을 수 없다’ ‘피고는 정규직이 아니라 계약직 강사라 위력 행사가 불가능하다’ 발언으로 어떻게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을 했다고 선거에 나설 수 있느냐”며 “성범죄자도 변호받을 권리가 있지만 조수진 후보의 변호 이력은 국민 상식을 벗어났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공천 재검토 계획은 없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 후보 공천을 재논의했나’ ‘할 계획이 있나’라는 질문에 “없다, 안 한다”고 잘라 말했다.

조수진 후보는 지난 20일 자신의 이력이 논란이 되자 입장문을 내고 “과거 성범죄자의 변론을 맡은 것과 블로그를 통해 홍보한 것은 변호사로서의 윤리규범을 준수하며 이루어진 활동이었다”면서도 “국민 앞에 나서서 정치를 시작하는 국회의원 후보로서 심려를 끼친 것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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