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 나의 일터, 내가 살아 온 날을 기록해 보자. 전문작가의 글처럼 수려하고 논리적일 필요는 없다. 나의 삶이 꼭 성공적이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나의 삶을 기록하는 자체로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사회적기업인 협동조합 은빛기획이 노동자들과 퇴직예정자들에게 글쓰기, 자서전 쓰기를 제안한다. <편집자>
 

강원국 작가(내삶쓰기 학당 학교장)
▲ 강원국 작가(내삶쓰기 학당 학교장)

나에게 책을 쓰라고 처음 얘기한 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대통령 임기 4년 차를 시작할 무렵, 노 대통령은 내게 “청와대에 그렇게 오래 있었으면, 그런 특별한 경험을 책으로 써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야 한다”고 했다. “소수만 누리던 걸 다수가 누리게 되는 게 역사의 진보”라면서, “청와대 경험을 책으로 쓰지 않으면 자네는 특권을 누린 것”이라는 얘기까지 덧붙였다.

이후로도 책을 쓰고 있는지 한두 번 더 확인했다. 아직 못 쓰고 있다 하니, “이건 대통령의 명령”이라면서 “왜 안 쓰느냐”고 질타했다. 어쩔 수 없이 십여 장 정도 되는 글을 써서 보여드렸더니, “책을 쓰랬지 누가 보고서를 쓰라고 했느냐”며 재차 당부했다.

노 대통령 자신도 퇴임 후 해야 할 일 첫손에 꼽은 게 책을 쓰는 일이었다. 재임 중 보고 경험하고 배운 내용을 책으로 써서 국민께 보고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게 자신이 응당 해야 할 책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돌아가시면서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는 암담한 심정을 마지막 글로 남겼다.

나는 뒤늦게 대통령의 지시를 받들었다. 그렇게 쓴 책이 <대통령의 글쓰기>다. 2014년 2월에 세상에 나왔으니 이제 만 10년이 됐다. 그 사이 나는 책 쓰기 전도사가 됐다. 만나는 사람마다 책을 써 보라고 권유한다.

쓰면 ‘작가’가 된다

책을 쓰면 얻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작가’라는 호칭을 얻는다. 뿐만 아니라 포털사이트에 내 이름을 검색하면 저서가 자랑스럽게 뜬다. 강의할 기회를 가질 수도 있고, 하고 있는 일의 마케팅 효과도 있다. 내 이름이 브랜딩이 되는 것이다. 책을 쓰면서 지난 시간을 정리하거나 한 분야에 정통해지는 경험도 하게 된다. 글쓰기 실력도 물론 향상된다.

사람들은 대개 “책을 쓰면 좋은 줄은 알겠는데, 아무나 쓸 수 있냐”고 묻는다. 나는 책이야말로 아무나 써야 한다고 대답한다. 문제는 책을 안 써도 되는 사람은 열심히 쓰고, 책을 써야 할 사람은 죽어라 안 쓴다는 데 있다. 책을 안 써도 이미 유명하고 전문가 대접을 받는 사람은 책을 쓰고, 책을 써서 이름을 알리고 전문가로 자리매김해야 할 사람은 책을 안 쓴다는 말이다.

책을 안 쓰는 사람들은 주로 세 가지 이유를 든다. 첫째, 나는 쓸 말이 별로 없다. 둘째, 나는 글을 못 쓴다. 셋째, 내가 책을 쓴들 누가 읽어 주겠는가. 첫째 이유는 핑계에 불과하다. 쓸 말이 없는 사람은 없다. 살아온 나이만큼 있다. 이미 책을 쓴 사람들은 쓸 말이 바닥났다. 책을 쓰지 않은 당신이야말로 쓸거리 천지다. 둘째, 글을 못 쓰니까 쓰라는 것이다. 글을 써야 는다. 그리고 자기 이야기는 자기가 가장 잘 쓸 수 있다. 한글을 모르는가? 왜 못쓴다고 하는가. 셋째는 누가 읽을지는 저자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출판사가 고민할 일이다. 또한 요즘에는 출판사에서 책을 내 주지 않아도 출간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독립출판이나 전자책 출간 같은.

책 쓰는 7가지 방법

내가 책을 쓴 방법은 다양하다. 첫째, 쓰고자 하는 주제에 관해 10시간 정도 말할 수 있으면 쓸 수 있다. 나는 대통령 연설문을 쓰면서, 그리고 유튜브를 하면서 알게 됐다. 15분 정도 말할 수 있으면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다. 한 시간 말하면 4편의 글을 쓸 수 있다. 열 시간이면 40편의 글이 가능하다. 글 40편이면 책이 한 권 나온다. 열 시간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공부하고 생각하고 말해 보라. 열 시간 정도 말할 수 있게 되면 아마도 책을 쓰고 싶을 것이다.

둘째, 특정 주제에 관한 메모를 1천개 정도 하면 그 주제 관련 책을 쓸 수 있다. 하나의 단어나 한 문장으로 한 메모가 아니라 몇 줄의 짧은 글을 1천개 정도 쓰는 것이다. 책을 한 권 쓰려면 40개 정도의 글이 필요하다. 하나의 글이 넉넉잡아 20개 내외의 문단으로 만들어진다고 치면 20개의 문단으로 된 40개의 글, 즉 800개의 문단만 있으면 책 한 권 분량이 된다. 문단에 해당하는 짧은 글 1천개만 있으면 이 가운데 800개를 추려서 쓰면 된다.

셋째, 쓰려는 주제의 책이나 유튜브 강의, 논문 등을 모조리 찾아 읽고 공부하면 된다. 이 주제에 관해서는 내가 가장 잘 알고, 가장 많은 자료를 갖고 있으며, 가장 깊이 고민해 봤다고 자신할 정도가 되면 책을 쓸 수 있다. 공부를 즐기는 분이라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아니 그 무엇에도 비할 데 없는, 알고 깨닫는 기쁨을 누리는 시간이 될 것이다.

넷째, 연재하는 것도 방법이다. 나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어딘가에 연재를 해 왔다. 글은 네 가지를 하면 무조건 써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선 일단 쓰기 시작해야 한다. 자료를 찾아보고, 개요를 짜고, 생각을 정리해서 쓰기 시작하는 게 아니라 한 문장이라도 일단 쓰기 시작하면 생각도 나고 얼개도 세워진다. 그리고 글은 자주 써야 한다. 강도 보다 빈도가 중요하다. 나는 자주 쓰기 위해 메모를 습관화했다. 글 한 편을 쓸 때도 조금씩 나눠서 자주 써서 완성한다. 또한 글은 끝까지 써야 한다. 쓰다 말면 아니 쓴 만 못하다. 나는 끝까지 쓰기 위해 글을 길게 쓰지 않는다. 짧게 쓰면 끝까지 써서 마무리를 지을 수 있다. 끝으로, 글은 지속적으로 써야 한다. 글은 쓰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 슬럼프를 겪게 된다. 그러면 한두 달을 허송한다.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 꾸준히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나는 연재를 한다. 연재할 지면은 온라인 공간에 널려 있다.

다섯째, 함께 쓰자. 책 쓸 사람을 규합하거나, 그런 모임에 나가서 함께 써 보자. 찾아보면 주변에 책 쓰기 모임들이 의외로 많다.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모임이 아니라 책 쓰고 싶은 사람끼리 모여 서로의 글을 봐 주면서 용기도 북돋아 주고 권면하는 모임, 같은 주제로 고민하는 사람끼리 모여서 공저를 쓰는 모임을 만들거나 나가서 글을 쓰면 혼자 쓰는 것보다 성공 확률도 높고 훨씬 수월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시간으로 쓰자. 책을 쓰려면 일정 정도 이상의 시간을 내야 한다. 필요한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책 한 권 쓰는데 최소 60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을 내는 방법은 두 가지다. 매일 일정 시간씩 습관적으로 글을 쓰는 방법과 일정 기간을 통째로 비워서 그 시간 동안 글만 쓰는 방법이다. 어떤 방법으로 쓰건 중요한 것은 쉬거나 건너뛰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하루 몇 시간이 됐건 일정 기간이 됐건 온전히 글쓰기에 몰입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건너뛰게 되면 즉시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일곱째, 질문으로 쓰자. 내가 쓰고자 하는 주제에 관해 독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내용을 100개 정도 뽑아내 보자. 질문을 100개 정도 만들면 그에 대한 답을 쓰는 것으로 책을 쓸 수 있다. 질문을 떠올리기 어렵다면 비슷한 주제로 이미 써 놓은 책의 목차를 보면 된다. 목차를 보다 보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파악하거나 떠올릴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100개의 질문 중에서 기존 책에서 많이 다룬 내용은 빼고 40~50개를 추리면 괜찮은 목차를 짤 수 있다.

이렇게 하다 보면 결국 독자들이 궁금해하고 알고 싶은 내용에 답해 주는 책, 나아가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질문하게 하는 책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런 책이 좋은 책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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