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장준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조직부장

우리 조합원들은 첫차를 타거나 심야버스를 타고 새벽에 출근한다. 사람이 없는 시간에 일을 해야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백 평을 쓸고 닦고, 쓰레기통을 치우고, 변기 수십 개를 청소하고, 필요한 물품을 채워 넣는다. 청소노동자가 일하는 새벽에는 냉·난방 시설을 가동하지 않으니, 땀이 범벅이거나 몸을 벌벌 떨며 일을 한다. 금세 체력은 바닥이 난다. 그래서 오전 일을 하는 와중에 아침밥이나 간식을 먹는다. 휴게실이 가까우면 휴게실에서, 아니면 일하던 자리에서 간단히 요기를 한다.

담당구역 청소를 모두 끝내고 오전 11시께 점심밥을 먹는다. 도시락을 싸 오는 조합원도 꽤 있고, 학생식당·교직원식당·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조합원들도 많다. 점심밥을 먹고 쉬었다가 오후에는 담당구역을 수시로 돌아봐야 한다. 각종 사건·사고와 민원이 발생하는 때가 바로 점심시간과 그 직후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모두 해결하고 퇴근을 한다. 퇴근은 곧 가사노동 출근을 뜻한다. 가족보다 이른 시간에 저녁밥을 먹고, 가사노동을 한다. 밤 9시 뉴스 전후로 잠을 청한다. 그리고 첫차를 탄다.

밥심이 중요하다. 청소노동자들은 특히 그렇다. 조합원들이 새벽에 먹는 간식은 삶은 계란, 고구마, 바나나, 떡, 빵, 낫토, 두유, 우유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서 간식을 줄이는 조합원이 많다. 계란 한 알은 300원이고, 고구마는 하나에 1천500원, 떡과 김밥은 가장 저렴한 것이 3천원이다. 조합원들 표현을 빌리자면 “사과는 이제 부자만 먹을 수 있는 것”이 됐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임금이 워낙 낮고(최저임금 9천860원보다 330원 많은 1만190원), 식대는 5년째 12만원인 탓이다.

현장에서 한 끼 반이나 두 끼를 해결한다고 치면, 끼니당 식대는 2천790원~3천720원이다. 숙명여대 교직원식당의 식권은 천원이 올라 6천500원이 됐다. 숙대 학생식당의 콩나물국밥이 5천900원, 순대국밥은 6천300원인데 우리 조합원들은 마음 놓고 주문하지를 못한다. 3천800원~6천원 컵밥만 먹고 일을 할 순 없다. 홍익대 학생식당 식대는 올해 천원이 올라 6천500원이 됐다. 학생 할인가격도 4천800원에서 5천400원으로 올랐다.

밥상 물가, 식권 인상이 부담스러운 우리 조합원들은 요즘 밥을 줄인다. 그래서 올해 임금교섭에서 식대를 올리자고 요구했는데 사측은 ‘절대 불가’ 입장이다. 식대를 2만원 올리자는 조합원들 요구를 두고 “인상할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부담스럽다”고 한다. 교섭은 결렬됐고, 당장 이번 주부터 우리는 싸운다. 홍익대 정문 지하 6층 휴게실, 연세재단빌딩 에스컬레이터 밑 휴게실, 고려대 중앙광장 지하주차장 휴게실에서 지상으로 올라간다. 폐지를 팔아 식대를 마련했던 과거,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을 벌였던 2010년, 투쟁으로 식대를 만들어 내고 인상해 왔던 지난 십 년…. 그리고 2024년 조합원들은 밥심으로 대동단결했다. 함께 먹을 때 더 단단해진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다시, 밥그릇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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