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오후 서울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진짜’ 최저임금 당사자들의 ‘할말 잇 수다’에 참여한 방송작가, 웹툰작가, 콜센터 상담사들이 임금 및 노동 조건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웹툰 보조작가 A씨는 웹툰 시나리오에 맞춰 그림 콘티를 짜고, 배경을 그리는 일을 한다. 하루 8시간 이상 일하는데 1회를 완성하려면 꼬박 일주일이 걸린다. 한 달에 3회차 정도를 만들고 A씨가 받는 돈은 50만원이다. A씨는 “최저시급도 안 되는 것을 알지만 웹툰을 계속 하고 싶은 마음에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울며 겨자 먹기로 열정페이를 받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어서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아니다. A씨처럼 업계 표준 작업단가가 없는 탓에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정페이’에 시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을 확대해 이들도 임금의 최저 기준선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A씨를 포함한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 모여 집담회를 열고 노동실태를 증언했다. 이들은 4월 총선과 내년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인상이냐, 동결이냐’라는 줄다리기를 넘어 진짜 다뤄야 할 의제는 최저임금 적용 대상 확대라고 주장했다.

‘무늬만 프리랜서’의 경우 추가노동을 해도 이에 대한 대가는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방송작가 B씨의 계약서를 보면 월급이 ‘206만740원’으로 적시돼 있다. 주 40시간 기준 월 최저임금 수준이다. 그런데 주 40시간 이상 일해도 대가는 지급받지 못한다. 업무상 비용도 모두 작가 본인의 몫으로 돌아온다. B씨는 “섭외를 할 때는 특히 업무 종료시간을 예측하기 어렵고, 기대와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때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진술했다. 이어 “업무량 증가는 소득 증가로 이어지기보다 오히려 통화요금, 교통비, 방송 모니터링을 위한 (OTT) 가입비 등 업무수행을 위한 추가 지출 증가로 이어졌다”고 토로했다.

교육기간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 이하로 임금을 지급하는 ‘꼼수’도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콜센터 상담사로 일한 C씨는 교육기간 당시 근로계약서가 아닌 교육(실습) 확인서(2024년 1월 2일~15일)를 작성했는데 이를 보면 하루 8시간 일하고 3만원을 받았다. 7만8천880원(9천860원×8시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교육기간은 근속기간 산정에서 제외된다는 문구도 계약서에 포함돼 있었다.

집담회에 참여한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결정 때마다 반복된 사업주 대 노동자 대립구도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동대문에서 의류업을 하고 있다는 자영업자 D씨는 “노동자 권리를 빼앗아서 이익을 취하는 방식이 옳은지 의문”이라며 “영세 자영업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일은 4대 보험 정부 지원, 카드 수수료 인하, 부가세 매출금액 소득세 공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소모적인 논쟁을 이어갈 게 아니라 노동자에게는 적정 임금을, 영세한 자영업자에게는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하라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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