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서울교통공사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규정 위반을 이유로 노조간부 34명을 무더기 해고해 논란이다. 타임오프를 악용해 무단결근·이탈, 지각 등 행위를 했다는 것이 징계사유다. 타임오프 사용과 관련해 노조 조합원이나 간부를 이처럼 무더기 해고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런데 공사가 승인해 노조활동을 한 경우도 무단결근으로 처리하는 등 징계가 부당하게 이뤄졌다는 주장이 노조에서 나온다. 일각에서는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란 비판도 인다.

공사 “타임오프 악용 무단결근”

공사는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무단결근 151회, 상습적인 이석·지각 등 노조활동을 핑계로 타임오프를 악용해 무단결근·이탈, 지각 등의 행위를 자행한 노조 간부 34명에 대해 파면·해임 등 대규모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사는 지난해 10월 타임오프 사용자 311명의 근태를 전수조사했다. 조사는 311명 중 조합활동을 이유로 지정된 근무지에 출근하지 않은 노조간부 187명을 1차로 가려 내고, 개인별 소명자료를 요구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2022년 9월부터 1년간 △개인별 근태 내역 및 신분증 출입기록 △사내 업무망 접속기록 △작업일지 △구내식당 이용 내역 등을 통해 근무일 출근기록 존재 여부를 파악하고, 근무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에 소명을 요구했다.

그 결과 34명은 파면(20명)·해임(14명) 중징계를 받았다. 해고나 마찬가지다. 파면은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로 퇴직급여 등 50% 감액지급·5년간 공직 등 취업이 제한된다. 해임은 퇴직급여는 전액 지급되나 3년간 공직 취업이 제한된다.

공사는 징계 처분된 34명에 총 9억여원에 달하는 급여 환수도 추진하다는 계획이다. 1명당 평균 2천600만원 상당으로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근거했다는 설명이다.

“출퇴근 태그기기도 없는데 태그하라?”
“구내식당서 밥 안 먹으면 결근인가?”

해고자는 모두 서울교통공사노조·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 소속이다. 두 노조는 징계 절차·내용이 부당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당사자에게 근무사실 증명을 요구하는 형태로 감사가 이뤄져 애초부터 당사자들이 불리했다는 주장이다. 서울교통공사노조 관계자는 “차량기지가 근무지인 경우 자동차로 출퇴근하기 때문에 전철역을 이용한 출퇴근 태그(tag)를 할 수 없는데, 그 경우도 무단결근으로 잡았다”며 “구내식당 이용 내역도 밥을 먹지 않은 경우 (출근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인데도 전부 무단결근으로 보고 있다”고 황당해했다.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고 출근해 점심식사를 거르면 자신이 출근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셈이다. 업무용 PC 로그기록을 통해 출근기록을 확인하는 것도 객관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개개인에게 업무용 PC가 있는 것이 아니라 5~6명이 공용PC를 함께 사용하는데, 업무시스템에 로그인하지 않으면 출근을 인정하지 않는 셈이다. 로그인을 해야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공사 승인 아래 이뤄진 노조활동을 무단결근으로 본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타임오프시간이 아닌 공사의 ‘근무협조’로 노사가 만나 단체협약·근무환경·인사제도 등 실무를 논의한 경우도 근무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 관계자는 주장했다.

서울교통공사노조 관계자는 “무단결근이 연속 7일인 경우 직권면직 사안인데 어떤 사람들이 파면될 것을 감수하고 출근하지 않겠냐”며 “공사가 지금까지 노조활동으로 관례적으로 허용해 문제 삼지 않다가 이제와 문제를 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결국은 자유로운 조합활동을 억누르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노조는 부당노동행위·부당해고 관련 법적 대응을 고심 중이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오랜 노사 간의 관행에서 비롯된 부분이 있는데, 노사가 충분히 사전 조율 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일방적으로 중징계를 감행한 것은 과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부터 타임오프 감독에 나서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추가 감독에 나선다. 양대 노총은 현장에서 노사가 합의해 타임오프제를 사용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를 감독·시정지시하는 것은 노동탄압이라고 반발해 왔다.

강예슬·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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