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강석영 기자>

연금개혁안이 시민대표단 공론화조사 시작 전부터 공격받고 있다. 노사는 물론 지역가입자·연금수급자·청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합숙토론 끝에 두 가지 개혁안을 도출했는데, ‘재정 안정을 위해 더 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정부·여당에서 ‘연금 개악’이란 말까지 나오자 시민사회는 “결과가 마음에 안 들자 이해관계자들의 숙의 과정을 폄훼한다”며 “이번 숙의를 통해 전문가의 한계를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빠져서 ‘땜질처방’?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위원장 이찬진·정용건)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공론조사에 의한 연금개혁, 왜곡·허위보도 바로잡기’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12일 두 가지 연금개혁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소득대체율 50%, 보험료율 13%(1안) △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12%(2안)이다. 현재는 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9%다. 1안은 소득 보장, 2안은 재정 안정에 초점을 뒀다. 둘 다 보험료 납부의무 연령을 만 59세에서 64세로 늦췄다.

노동자, 사용자, 지역가입자, 수급자, 청년 등 5개 영역 대표 36명으로 구성된 의제숙의단이 지난 8일부터 2박3일 합숙토론을 거쳐 개혁안을 두 가지로 좁혔다. 시민대표단 500명이 4·10총선 직후 공론을 모아 이 중 하나의 안을 선택하면, 국회가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 개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의제숙의단의 개혁안을 비판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전문가가 빠진 채 이해당사자끼리 논의해 기금 고갈 사태를 막기 위한 보험료율 15~18% 인상안을 채택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정부·여당이 두 가지 개혁안에 모두 부정적이라 시민대표단 공론화조사를 통해 최종안이 도출돼도 입법화가 어렵다는 전망 기사까지 나왔다.

“보험료율 15% 인상, 경영계가 반대”

의제숙의단 합의 결과가 예상 외였던 건 사실이다. 숙의에 참여했던 김정목 한국노총 정책2본부 부장은 “보건복지부가 제안했던 ‘DC방식 신연금제도 도입’안이 동의를 받지 못해 폐기됐고, ‘국고 지원 의무화’안이 가장 많은 찬성을 받았다”며 “퇴직연금제도 개선은 이번 공론화 과정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정리됐고, 수급개시연령과 의무가입 상한연령 일치가 단일안으로 나왔다”고 짚었다.

김 부장은 “노동계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 전문가가 숙의단에 제시한 초안이 하나하나 박살 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보험료율 15% 인상을 반대한 건 경영계”라며 “공론화를 통해 국민들이 자기 손으로 직접 대안을 선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제숙의단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홍원표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국장은 “모든 규칙과 진행방식에 대한 사전합의를 거쳐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DC방식 신연금제도 도입안을 기각한 것만 봐도 그렇다”며 “정부가 세대 형평성 제고안으로 내놨지만 609조원의 국고가 일시 투입된다는 점에서 숙의단은 미래 세대의 조세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건 공동집행위원장은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정부·여당은 개악이란 표현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누구도 시민대표단이 어떤 결정을 할지 모른다. 시민대표단을 존중하지 않으면 대의제는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1안 기금 고갈 지적에

“재정계산 추정일 뿐…미래 증명 아냐”

노후 소득 보장을 강조한 1안에 대해 특히 기금 고갈을 고려치 않았다는 비판이 많았다. 1안대로 하면 소진 시기가 7년 늦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1안을 만든 남찬섭 동아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작지 않은 성과라고 평가했다. 남 교수는 “2007년 2차 연금개혁 당시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하향하는 재정 안정 개혁을 단행했음에도 5차 재정계산 결과 소진 시점을 8년 연기했을 뿐”이라며 “인구고령화가 심화되는 등 주변 환경이 악화하고 급여 수준을 올렸는데도 1안은 7년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기금수익률 추계가 보수적이라 기금 규모가 작게 추정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 교수는 “5차 재정계산에서 2022년 역대 최저치였던 기금수익률(-8.22%)를 반영해 연평균 기금수익률을 4.5%로 가정했다”며 “하지만 지난해 역대 최고치인 13.59%를 기록해 누적 평균수익률은 5.92%가 됐다. 이를 반영하면 소진 시점은 16년 연기된다”고 짚었다.

2055년 기금이 소진된다는 재정계산을 재검토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남 교수는 “2022년 기금규모를 기준으로 2023년 기금규모를 950조원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1천36조원으로 86조원 차이가 났다”며 “재정계산은 추정일 뿐 미래가 증명된 것처럼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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