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노동자 경영참가를 통해 기업 경영 투명성과 노사 간 협력을 높이자는 취지의 노동이사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노동이사가 조합원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전임 노동이사의 제안이 나왔다. 노동자도, 사용자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놓여 발생하는 노동이사의 고립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정표도, 권한도 없이 3년간 ‘고군분투’

17일 부산지하철노조와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 노사는 노동이사제의 한계점과 개선과제를 담은 ‘부산교통공사 노동이사 활동 백서’를 최근 발간했다. 2021년 1월부터 3년간의 김태진·이정수 전 노동이사 활동 역사를 점검하고 개선방향을 담았다.

2016년 서울시 조례로 도입되고 이듬해 서울연구원의 1호 노동이사 선임으로 지방공공기관에서 시작한 노동이사제는 최근 사실상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대했다. 개정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로 2022년부터 전국단위 중앙 공공기관에도 노동이사제가 시행되고 있다.

전직 부산교통공사 노동이사들은 지난 3년을 ‘노동이사제 안착’의 길을 닦은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노동이사의 경영참가는 어떤 방식이어야 하는지, 조합원을 노동이사로 보낸 노조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기관에서는 경영참가의 문을 얼마만큼 열어 줘야 하는지 아무런 이정표 없이 활동했다고 돌아봤다. 도시철도 무임수송 국비지원 촉구 이사회 결의문 채택을 주도하는 등 공공기관 공공성 강화 측면에서 성과도 냈다.

이들은 이사회에서의 안건부의권·감사청구권·정보열람권 등에 대한 권한이 부족해 기초적인 활동 여건이 갖춰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앙 공공기관은 공공기관운영법으로 노동이사제를 보장하지만 지방공기업은 상위법 없이 지자체 조례로 제도가 도입된 실정이다.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장·기관장 등의 이해정도에 따라 활동 여건이 좌지우지되고 있다.

직원이면서 이사 … 정체성 혼란
“노조탈퇴 명시 기재부 지침 개정해야”

노동이사로 선임되면 노조에서 탈퇴해야 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경영진도 아니고, 노동자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놓이게 되면서 기관 내 고립화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현업부서 상급자 지시를 받는 직원이자 이사회 이사로서의 지위를 동시에 지니면서 정체성 혼란, 경영참여·감시 활동의 이중적 위치에 놓여 있다.

전직 노동이사들은 노조와 노동이사의 협업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이사가 노조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하고, 이를 위해 노조도 사업계획과 예산을 수립할 때 ‘노동이사를 통한 노동자 경영참가’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가능하려면 노동이사의 노조탈퇴를 명시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에 관한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

이 밖에도 노동이사의 임원추천위원회 참여, 부당노동행위 감사청구권 등 노동이사의 역할과 지위를 법률에 명시하자고 개선 과제를 제안했다. 김태진 전 노동이사는 “기관도, 지자체도, 노조도 노동이사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노동이사 스스로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정체성 혼란도 발생한다”며 “공기업 지배 구조 깊숙이 들어가서 공공성을 강화하는 경영개입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진 제도이니만큼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제도개선과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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