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 기자

심화하는 기후위기 재난에 대응해 보건의료산업이 재난의료체계를 수립하고, 동시에 탄소 저감 조치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장혜영 녹색정의당 의원과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건의료분야 기후위기, 기후재난 대응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열고 기후위기 재난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한 보건산업의 과제를 논의했다. 토론회에서는 보건의료노조가 올해 첫 보고서로 내놓은 보건의료 분야 기후재난 대응방향과 노동조합 실천 방안 연구가 주로 다뤄졌다.

다보스포럼 2050년까지 기후변화로 1천450만명 사망

기후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김창보 덕성여대 초빙교수는 “최근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발표에 따르면 2050년까지 기후변화로 1천450만명이 사망하고, 경제적 손실이 12조5천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후위기 대응 전략으로 건강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응과제와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완화과제를 각각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응과제는 회복력 강화 △위험 노출로부터의 보호 △가용 가능한 안전한 물 △정신건강과 사회심리 영향에 대한 감시체계 △음식과 주거, 사회적 보호 같은 정책의 통합적 접근이다. 완화과제는 탄소 저배출 생활에 대한 인센티브와 도시계획 같은 환경·인프라·서비스 거버넌스와 녹색조달, 대체에너지, 전기자동차 같은 기술,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나 일상생활의 에너지 절약 실천 같은 시민의 선택과 실천 등이다.

기후위기가 가속하는 가운데 병원 같은 보건의료산업은 시민 안전을 위해 규모를 확장해야 하는 동시에 탄소 다배출 사업장으로 탄소저감 책임을 진 양가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

실제 병원은 탄소배출 주범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2년 기준 서울시 에너지다소비 건물 100순위 내에 18곳이 병원이다. 서울아산병원과 연세의료원·삼성서울병원이 나란히 6·7·8위다. 서울아산병원은 하루 유동인구가 4만명에 달할 정도다. 김 교수는 “병원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97.4%가 소각되는 등 보건의료기관은 환경친화와 거리가 먼 특성이 있다”며 “그렇지만 기후위기 재난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후위기 재난으로 피해를 받은 이들을 회복시켜야 하는 자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 사용자쪽은 이런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있다. 김 교수는 “정부는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발표됐는데도 의료기관 현황을 계량화하지도 않는다”며 “병원협회 역시 대형병원이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을 강조하는데도 탄소배출 저감이나 에너지 배출 저감을 위한 가이드라인조차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2022년 2월 질병관리청이 기후보건영향평가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평가주기가 5년이라 너무 길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기후위기 재난 대응을 위해 우선 병원기관의 에너지 소비와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자문위원은 “미국은 바이든 정부 들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절반을 줄이기 위한 자발적 약속으로 보건부문 기후서약을 시작했다”며 “우리는 일부 병원이 ESG경영을 한다지만 기초적인 단계로, 이런 ESG경영 평가를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지표로 포함하는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친환경 공장 요구 등 국내 노조 일부도 녹색 단협 선행

ESG 경영의 일환으로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도입도 요구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김 자문위원은 “직접적으로 옥상에 태양광 패널 등을 설치하기 어렵다면 RE100 관점에서 REC 구매를 하도록 할 수도 있다”고 섦명했다.

노조 수준의 단체협약 체결도 제안됐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협은 산업 수준의 규범으로 작동할 수 있고, 이를 제안해 협약을 체결하는 주체인 노조는 일종의 입법자”라며 “기후위기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고, 일터에서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통해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2가지 측면의 녹색 단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도 녹색 단협은 일부 교섭에서 타결을 하기도 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금속노조 한 지부는 인공지능(AI)융합 에너지 효율화와 스마트 생태공장, FEMS(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 구축 같은 일터 녹색화 단협을 체결했고, 일부 병원도 탄소배출 저감 및 지속가능한 환경 유지를 위해 에너지 저감과 폐기물 저감 대책을 마련하는 단협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복준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과거 사용자쪽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논의를 했으나 사용자쪽은 환자를 위한 온도유지가 필수이고 감염병 예방을 위해 정부가 일회용 의료도구 사용을 권장하는 점 등을 이유로 논쟁이 컸다”며 “녹색 단협으로 무엇을 요구할지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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