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돌봄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저임금 외국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한국은행 주장이 현실성이 없을 뿐더러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노동시장 전체의 저임금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분석과 토론의 대상이 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아직 분석이 거칠고 마음이 앞선 결론을 서둘러 낸 느낌”이라며 한국은행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지난 5일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함께 개최한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한국은행은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돌봄비용 개인 부담에만 초점 맞추면
외국인 가사도우미 비용 절감으로 귀결

이 국장은 “최근의 낮은 출산율을 고려하면 국내 공급으로는 부족분을 채우기는 불가능하다”며 돌봄 인력 부족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한국은행 분석에는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은행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비용 줄이기’를 목표로 삼아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행 보고서는) 어머니 간병인 쓰느라 파산 신청, 월 450만원 간병비에 허리 휜다 등을 나열하면서 시작한다”며 “개인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 중심이 되고, 이를 외국인 노동자의 필요성에 연결시키면 해법의 방향은 자연스럽게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귀결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인력난 해소의 방향으로 개별 가구가 개별적으로 외국인 가시도우미를 고용하는 방식, 고용허가제 대상에 가사도우미를 적용하되 최저임금을 차등적용 하는 방식 등 2가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국장은 “(개별 고용은) 가사도우미를 전적으로 외국 노동자에 의존하고 법적으로 (원칙적으로 ) 숙식제공 의무를 고용주에게 부과하는 홍콩과 같은 나라와 비교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은행은 사용자조합의 공동숙소 제공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진단했다. 홍콩·싱가포르는 외국인에 임금을 차등하지만 숙제제공 등 현물 지원을 하기 때문에 화폐적 임금은 상대적으로 적은 실정이라는 설명이다.

노동과세계
노동과세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전체 노동시장에 부메랑
외국인 선호 기업 늘고 정치 갈등 초래할 것

가사돌봄 서비스 영역에 최저임금을 차등적용 하는 방식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 경우 돌봄서비스업 전체에 일률적으로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거나, 돌봄서비스업종 외국인 노동자에게만 적용하는 두 가지 방향이 있을 수 있다. 이 국장은 “돌봄서비스업에 일률적으로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한국 가사도우미의 임금도 삭감되고, 대규모 이탈이 불가피하다”며 “외국인 노동자만 차등적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동종업무에 대해 임금차별을 금지하는 국제기준에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두 번째의 경우가 현실화하면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고용하는 다른 업종에서도 차등적용을 요구하고, 경쟁적으로 차등 최저임금이 도입되면 기업은 내국인보다 외국인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내국인이 수용할 수준의 임금을 제공하는 일자리는 점점 줄면서, 실업이나 구직 포기 계층이 역설적으로 늘고, 이건 곧 정치적 갈등을 초래한다”며 “결과는 유럽에서 이미 본 바 있다”고 부연했다.

노동과세계
노동과세계

공공 돌봄서비스 확충한 뒤
외국인 고용한다면?

대안으로는 “돌봄노동을 순전히 개별적 방식을 통해 해결할 나라는 없다”며 공공 돌봄서비스 확충을 꼽았다. 이 국장은 “공동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그 안에서 개인의 책임과 부담이 명확히 정해야 한다”며 “예컨대 공공의 돌봄서비스를 확충하고, 거기에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방식을 지금부터라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담은 한국은행 보고서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과 같은 선상에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세미나 당시 인사말에서 “다양한 서비스 퀄리티(질)가 있고, 그걸 다양한 가격에 공급할 옵션을 주면서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다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에 경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