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판정 : 중앙2023부해953, 962(병합) 기아 주식회사 부당인사발령 구제 재심신청

▲ 주민영 공인노무사 (금속노조 법률원)
▲ 주민영 공인노무사 (금속노조 법률원)

사건 개요

자동차 생산공정 중 ‘양산단계’는 조립공정 등 메인 컨베이어벨트에서 이뤄지는 ‘직접공정’과 생산관리업무 등 직접공정과 관련되거나 연계된 ‘간접공정’으로 구분된다. 2000년대 초·중반, 기아 주식회사의 사내 협력업체에 입사한 노동자들은 사용자의 지휘·명령을 받으며 간접공정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2011년 7월경, 노동자들은 회사와 근로자파견 관계에서 파견노동자로서 2년을 초과해 계속 근무했으므로 △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6. 12. 21. 법률 제80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6조3항(‘고용간주 규정’)에 따라 사용자에게 고용된 것으로 간주되고 △개정 파견법(2006. 12. 21. 법률 제8076호로 개정된 것) 6조의2 1항 3호(‘고용의무 규정’)에 따라 사용자가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고용의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에서 이를 모두 인정했으나, 회사가 이행하지 않으면서 불법파견 소송은 11년 이상 장기화됐다. 사내 협력업체가 바뀌는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은 간접공정에서 계속 업무를 수행해 왔고, 최종적으로 2022년 10월27일 대법원이 하급심 판결을 유지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회사는 노동자들을 직접공정 중 ‘조립공정’에 배치하는 이 사건의 ‘인사발령’을 했고, 이에 노동자들은 그동안 간접공정에서 업무를 수행해 온 자들을 직접공정 중 조립공정에 배치한 것은 부당하고, 원직 또는 동종·유사한 업무로 복직시켜달라는 취지로 구제신청을 하게 됐다.

판정 요지

중노위는 이 사건 인사발령의 정당성을 판단하기에 앞서, 불법파견으로 이득을 누려온 사용자가 파견법상 고용간주 및 의무 이행을 통해 불법성을 온전히 제거해야 하는 등 통상적인 전직 처분과의 차별성을 고려해 그 정당성 판단을 위한 기준을 제시했다.

먼저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기준을 확립해 고용안정에 이바지하는 파견법의 목적, 직접고용관계의 성립을 간주하거나 고용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근로자파견의 상용화 · 장기화를 방지하고, 그에 따른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발생하는 법률관계 및 이에 따른 법적 효과를 설정하는 고용간주 및 의무 규정의 취지와 내용 및 효과, 그 이행으로서의 성격 등에 대한 고려를 분명히 했다.

그리고 고용간주 및 의무 규정에 따라 직접고용관계가 성립된 파견근로자에게는 실제 수행한 업무와 주된 내용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 동종·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용사업주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적용해야 하는 점, 파견법의 목적, 고용간주 및 의무 규정의 취지 및 효과 등을 토대로 고용의무 규정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 체결 원칙 등 파견근로자를 보호하는 법원의 판단과 법리는 구체적인 직무를 부여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점 등을 토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직’을 부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원직’을 고용간주 및 의무가 발생할 당시에 수행하던 업무로 특정하고, 원직과 동종·유사한 업무, 동종·유사하지 않은 업무(‘이종 업무’)를 구분해, 사용사업주가 고용간주 및 의무 규정에 따라 직접고용관계가 성립된 파견근로자에게 직무를 부여할 때, 당사자 간 합의된 직무 또는 원직을 부여하는 것은 불법파견의 불법성을 온전히 제거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이종 업무는 이를 온전히 제거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원직이 아닌 이종 업무를 부여할수록 사용사업주의 재량권은 점점 축소되고, 더욱 엄격한 방향으로 정당성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중노위는 간접공정에서 업무를 수행해 온 노동자들을 직접공정 중 ‘조립공정’에 배치한 이 사건 인사발령은 이종 업무를 부여한 것으로, 그 정당성을 판단함에 있어 강한 심사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데,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생활상 불이익이 존재하며, 당사자 간에 신의칙상 요구되는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인사발령을 부당전직으로 인정하고, 그 취소를 명했다.

또한 파견법은 근로조건 등에 관한 기준 확립 및 고용안정을 목적으로 하고,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직접고용관계의 유형 등이 다양하므로 그에 대응하는 구제의 방법과 내용도 유연할 필요가 있으며, 복직을 명하는 것이 노동자들의 현재 지위와 고용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사료된다는 등의 이유로 ‘원직 또는 동종 ·유사한 업무로의 복직’을 명했다.

판정의 의의

첫째, 기존에 대법원이 고용간주 규정에 따라 직접고용관계가 성립된 파견노동자에게는 동종·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용사업주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적용해야 함에도 동종·유사하지 않은 업무로 인사발령을 하는 것은 적합한 근로조건을 부여하지 않거나 성립된 근로관계의 내용을 변경하는 것이므로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고(대법(2016. 3. 10. 선고 2012두9758 판결), 이에 따라 중노위가 파견노동자들을 ‘원직’에 복직시키라는 구제명령을 내리는 재처분을 한 사례(중앙노동위원회 2016. 4. 21. 판정 중앙2016재부해13)가 있다. 이번 사건에서 중노위는 파견법의 목적, 고용간주 및 의무 규정의 취지 및 효과 등을 토대로 적용해야 할 근로조건, ‘원직’의 의미, 정당성 판단의 엄격성 등 고용간주 및 의무 규정에 따라 직접고용관계가 성립된 파견근로자들에 대한 인사발령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둘째, 위법한 근로자파견의 경우에도 고용간주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08. 9. 18. 선고 2007두22320) 이후, 법원은 △고용간주 규정이 적용되는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은 동종·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이고(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2다17806 판결, 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3다74592 판결) △파견기간 제한을 위반해 업무를 계속 수행케 한 경우 그 기간 중 파견사업주가 변경됐다는 이유만으로 고용간주 및 의무 규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으며(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2두9758 판결,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6다239024 등 판결) △고용간주 및 의무 발생 이후,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와 관계에서 사직하거나 해고를 당했더라도 이는 사용사업주와의 법률관계에 영향이 없고(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6다239024 등 판결, 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7다219072 등 판결) △고용의무 규정에 따라 직접고용을 하면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은 고용의무를 완전히 이행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강행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무효’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18다207847 판결) 등 파견근로자를 보호하는 판단을 하고 있는데, 이 사건은 고용간주 및 의무 규정에 따라 직접고용관계가 성립된 파견근로자가 직무를 부여받을 때도 일정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 그 범위를 넓힌 점에서 의미가 있다.

셋째, 통상적인 전직 처분의 경우 이를 취소하기만 하면, 종래의 업무로 복귀할 수 있기에 그 취소를 명하는 구제명령만 했으나, 이 사건의 경우에는 고용간주 및 의무 이행의 성격, 구체적인 사실관계, 구제의 방법과 내용이 유연하고 탄력적일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보다 실질적으로 구제될 수 있도록 원직 또는 동종·유사한 업무로 복직하라는 적극적인 구제명령을 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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