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 소속 대표자들이 11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공공기관 예산운용지침 무효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양대 노총 공공노동자들이 공기업·준정부기관에 적용되는 예산운용지침이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한다며 지침 통보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침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이 청구된 적 있지만 행정소송은 처음이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조 공동대책위원회(공공노련·공공연맹·금융노조·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이날 기획재정부 장관을 피고로 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기재부가 지난해 12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2024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을 확정해 공공기관에 통보한 것이 공공노동자들의 교섭권을 침해한다는 요지다. 기재부는 매년 지침을 정해 공공기관의 총인건비 인상률을 정한다. 각 기관은 지침 준수 여부를 평가받고 지침을 어기면 기재부가 예산을 감독하거나 기관장 해임 등을 건의하게 된다.

대책위는 이 지침이 공공기관에 대해 직접적인 구속력을 가지면서 공공노동자들의 근로조건, 특히 임금조건과 관련된 구체적인 기준을 일방적으로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이 근로조건은 각 기관의 노사가 교섭을 통해 결정해야 하는데도 기재부의 지침으로 공공노동자들의 교섭권과 단체협약 체결권이 침해된다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위반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2022년부터 ILO 98호(단결권과 단체교섭권) 협약이 발효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게 됐다. 지난해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98호 협약과 관련해 우리나라 정부에 6월과 11월 두 차례 권고를 내렸다.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지침 수립 과정에서 공공기관 노조 참여를 보장할 것 △공공기관 복리후생 문제를 공공기관 노동자를 대표하는 조직과 협의할 것 등을 권고했다.

조민지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소송 대리인단은 예산운용지침이 가이드라인을 넘어서 노사합의의 요소를 결정짓는 부분을 입증하려 한다”며 “기재부에 적극적으로 증거를 신청하는 방안 등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운병 변호사(금융노조 법률원)는 “국민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정작용은 결코 법원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없고 벗어나서도 안 된다”며 “사법부에서 공공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지침의 위법성을 속히 확인해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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