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주년 3.8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여성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아침에 밥하고 오신 분 계십니까?” 116주년 세계여성의날인 8일 오후 서울 보신각에 모인 여성들이 우렁차게 답했다. “아니요!” 한국에서 처음 진행된 ‘여성파업’ 현장이다.

“여성이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

여성파업은 세계적 흐름이다. “여성이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는 기치 아래 1975년 10월24일 아이슬란드를 시작으로 스페인·아르헨티나·폴란드 등 각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아이슬란드 대규모 여성파업을 동력 삼아 한국도 지난해 11월부터 40여개 단체가 모여 ‘2024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를 꾸렸다.

금속노조 KEC지회와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쟁의권을 가지고 이날 하루파업에 나섰다. 김진아 KEC지회장은 “여자라는 이유로 승급에서 차별받아 성별 임금격차가 매우 크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시정 권고를 내렸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며 “전체 조합원 성별이 반반인데 남성 조합원들도 미안한 마음으로 함께 총파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약속을 지키라며 지난해 11월부터 파업과 단식 등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김금영 지부 서울지회장은 “여성노동자 처우는 비정규직에 최저임금을 받는 등 바닥을 치는데 누가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겠느냐”며 “공공부문 상시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하는 것을 시작으로 나쁜 일자리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장 철거 반대’ ‘고용승계’를 위해 고공농성 중인 소현숙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조직2부장도 연대의 목소리를 전했다. 소 2부장은 “회사에 처음 입사해 여성이란 이유로 직무 선택 권리를 제한당했고 임금 또한 차별받았다”며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져 저항하기 쉽지 않지만 여성에게 가해지는 교묘한 직간접 차별을 막기 위해 목소리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외에도 연차나 조퇴 등을 통해 다양한 사업장에서 여성파업에 참여했다. 무급 돌봄노동을 하는 여성들도 거리로 나와 800여명의 시민들이 여성파업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양대 노총 “저출생 원인은 성차별”

양대 노총도 이날 오후 각각 서울 일대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한국노총(위원장 김동명)은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700여명이 모인 가운데 ‘116주년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전국여성노동자대회’를 진행했다. 최미영 상임부위원장(여성위원회 위원장)은 “세계 최저 출산율, 최악의 남녀 임금격차, 노인빈곤까지 사회 많은 문제가 여성 차별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결의문을 통해 “여성의 대표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여성노동자 조직화와 역량 강화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위원장 양경수)은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차별을 넘어, 평등의 봄으로! 3·8 세계여성의날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앞선 여성파업 참가자들이 결합해 주최측 추산 3천5백명이 참석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은 구조화된 성차별이 없다며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한다”며 “직무유기이자 여성 차별을 가속화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저출생 문제와 관련 “육아와 나의 삶을 병행하지 못하고 선택하는 여성의 삶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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