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고용보호 수준이 높고 노조 내 비정규직 비율이 낮을수록 자동화 도입이 가속화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10일 김동훈 고려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최근 발간한 학술지 오토피아(OUGHTOPIA) 38권3호에 투고한 ‘노동시장 이중화가 산업 자동화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논문에서 김 교수가 2015~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7개 회원국의 △제조업 로봇밀도(노동자 1만명당 설치된 로봇수) △국가별 고용보호법 △노조 내 비정규직 비율 △국내 총생산량 △실업률 △고령화 수준 △국가별 해외 직접투자 등 지표를 분석한 결과 국가별 고용보호 수준이 한 단위 높아질수록 자동화 속도가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노조 내 비정규직 비율이 높으면 고용보호 수준이 높더라도 자동화 속도는 느려졌다. 김 교수는 “고용보호 수준과 노조 포용성(비정규직 비율)이라는 두 독립변수 간 교호작용(한 요인의 효과가 다른 요인의 수준에 의존하는 경우)을 보면 고용보호 수준이 높으면서 비정규직에 포용적이면 자동화를 늦출 수 있고, 반대로 노조가 비정규직에 배타적이면 자동화를 가속화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국가의 높은 고용 보호정책은 기업에 고용 유연성 확보를 위한 자동화 도입 유인을 제공하고, (비정규직)배제적 노조는 정규직 중심의 내부자가 자동화로 인한 고용상실 같은 조정비용을 비정규직인 외부자에게 전가할 수 있으므로 기업 자동화에 협력할 유인이 있다”며 “자동화로 인한 정치경제적 균열구조가 계급구조에 따라 형성되거나 노동 숙련도에 따라 나뉘는 게 아니라 노조의 성격과 고용보호 수준 같은 정치적·정책적 변수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국내 노조가 내부자 이익만 대변하면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격차가 심해져 종국에는 노조의 영향력도 약화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자동화가 가져오는 생산력 향상이라는 지대를 배제적 노조가 독점하면 스스로의 정치적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대중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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