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주년 3.8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여성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3·8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세계 여성의 날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보신각에서 대학로까지 행진하고 있다.
3·8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세계 여성의 날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보신각에서 대학로까지 행진하고 있다.

양대 노총이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각각 노동자대회를 열고 성차별이 저출생 현상과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성차별적 승진·사업장 폐지·비정규직 차별로 고통받는 여성노동자들은 이날 하루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총선 앞두고 9년 만에 광장서 여성노동자대회
한국노총 “저출생·노인빈곤 원인은 여성차별”

한국노총은 8일 오후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700여명이 모인 가운데 ‘116주년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전국여성노동자대회’를 열고 “여성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여성노동자 조직화에 매진하겠다”고 결의했다. 한국노총이 세계여성의 날 광장에서 집결한 것은 9년 만이다.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성평등 의제를 부각하기 위한 목적이다.

여성 차별이 저출생, 노인빈곤 등 사회 문제의 원인이라고 강조됐다. 최미영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여성위원회 위원장)은 “가시적 차별이 사라진 자리에 드러나지 않은 차별이 도사리고 있다”며 “특히 노동자가 되는 순간 여성은 차별과 편견이 난무한 일터에서 온전한 노동자로 대접받기 위한 분투를 시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직도 여성노동의 가치는 저평가돼 있고, 해고할 때는 남성보다 우선순위이며, 불안정하고 나쁜 일자리의 대부분은 여성의 몫”이라고 꼬집었다.

최 상임부위원장은 “국가소멸까지 거론되는 세계 최저 출산율, 수십 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악의 남녀 임금격차 그리고 노인빈곤까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가 여성 차별에서 시작한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자리 걸음 수준인 여성노동자 현실을 바꾸기 위해 변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여성에게 유독 비정규직 일자리가 많고, 일을 하더라도 결혼, 임신, 출산으로 일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며 “장시간 노동은 만연하고 여성인권을 침해하는 직장내 성희롱 역시 사라지지 않아 여성 노동권이 곳곳에서 위협받는 게 변하지 않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변화가 절실하다. 여성노동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성평등한 직장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현장 교육활동, 정책토론회 등 다양한 사업들을 통해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정당하게 바로 세우는 데 더욱 골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결의문을 통해 “여성의 대표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여성노동자 조직화, 역량 강화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채용·임금·승진 등 성별을 이유로 한 불합리한 차별과 불평등을 불식하고, 돌봄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해 적극 앞장서겠다고 결의했다. 일터에서 모든 형태의 폭력과 괴롭힘을 뿌리 뽑겠다고도 했다.

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민주노총 여성정책 요구안 발표
"성평등 단협 의무화ㆍ재생산에 대한 노동환경 성별 영향 평가하자"

민주노총이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뿌리깊은 성차별을 끊어내야 인구소멸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차별을 넘어, 평등의 봄으로! 3·8 세계여성의날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주최측 추산 조합원 2천여명이 참석했다.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는 태도를 보여온 윤석열 정부에 대한 규탄부터 터져 나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윤석열 정권은 구조화된 성차별이 없다며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한다”며 “직무유기이자 여성 차별을 가속화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양 위원장은 “한국은 12년째 유리천장이 가장 낮은 나라이며, 여성 임원 비율,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성별 임금격차는 평균의 3배를 넘는다. 이런 데도 구조화된 차별이 없던 말이가”라고 되물었다.

양 위원장은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합계출산율이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돈 몇 푼 주는 시혜성 정책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육아와 나의 삶을 병행하지 못하고 대립해 선택하는 여성의 삶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 조합원들이 만든 정책요구안이 발표됐다. △성별 임금격차 해소 △성평등 단협 의무 법제화 △여성노동자 작업중지권 확대 △안전과 재생산에 미치는 노동환경의 성별 영향 점검 △12세 미만 아동양육자에 대한 노동시간 단축 우선 적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여성 파업’을 진행한 사업장들도 있다. 성차별적 승진·승급 문제로 투쟁해 온 금속노조 KEC지회, 서울시의회의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조례 폐지 시도에 맞서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소속기관 전원 전환을 위해 싸우는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 등이다.

이들은 본대회에 앞서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종로 일대를 지나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행진 중 여성노동자 차별에 맞선 저항을 상징하는 ‘잠시 멈춤 다잉 퍼포먼스’, 차별과 억압을 밟고 넘어서는 여성노동자를 상징하는 ‘억압과 차별의 뽁뽁이 밟기’ 등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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