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학수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

지난해 우리나라 체불임금이 1조7천845억원으로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일본의 경우 2021년도 체불임금은 약 516억원(52억엔)인데, 단순 계산으로 우리나라의 2.89%에 불과하다. 일본의 임금노동자는 6천114만명으로 우리나라 2천145만명의 2.85배에 달한다. 노동자수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체불임금은 일본의 약 100배(정확하게는 98.6배)다. 일본의 체불임금 중 임금채권보장법에 따라 정부가 사용자를 대신해 당해 노동자에게 지불한 금액이 36억엔으로 체불임금의 약 69%에 이른다. 그러나 임금채권보장법에 따라 지불한 금액이 전체 체불임금에 다 포함하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일본의 체불임금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12년으로 277억엔이었다. 전년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나 일본 기업의 경영상황이 최악이었는데 그 영향으로 보인다. 그 후 거의 지속 감소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임금체불로 노동자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동기준법(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2020년 4월부 임금 청구권 소멸 기간을 기존의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했는데 당분간은 3년을 적용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임금체불이 전년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경기 요인과 함께 체불사업주의 범법행위 인식 결여, 사회적 관대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고의·상습 체불은 무관용 원칙에 입각해 엄정한 법 집행과 강제수사·근로 감독 강화 등을 추진하고, 고액·다수 체불사업장은 특별 감독 실시를 원칙으로 하고 체불에 대한 범정부적 대응체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꼭 실효성 있는 대응을 기대한다.

그런데 일본은 체불임금이 왜 이렇게 적을까. 무엇보다도 경영자의 높은 윤리의식을 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을 엿볼 수 있는 경영자단체, 중소기업가동우회를 소개한다. 2005년부터 필자가 조사하고 있는 중소기업가동우회는 대기업에 편중된 경제정책을 시정하고 중소기업의 존립과 발전,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꾀하고, 종업원의 인격 존중, 노사협력에 의한 생산성과 생활 향상을 추구하기 위해 1947년 결성했다. 그 후 각 지역에서 동우회가 결성돼 현재는 47개 도도부현 전 지역에 걸쳐 약 5만개의 회원기업이 있다. 동우회에서 바이블 같은 책자가 있는데 <중소기업 노사관계 견해>이다. 거기에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경영자 책임으로서 “무엇보다 실제 일하는 노동자의 생활을 보장함과 동시에 높은 사기를 갖고 노동자의 자발성이 발휘되는 상태를 확립하는 노력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노사관계의 대등성 원칙과 함께 임금도 사회적인 수준, 기업의 지불능력, 물가동향을 고려해 성의를 갖고 문제를 해결할 것을 주지시키고 있다.

필자가 조사한 동우회 회원기업은 임금체불이 일절 없었다. 기업 경영사정이 어려울 경우 경영자의 보수를 스스로 대폭 감액하면서 노동자의 임금을 지불했다. 또한 신규 회원을 중심으로 경영지침 작성과 발표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왜 경영을 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밝히고, 동료 경영자로부터 질의 또는 질책을 받는다. “근로자를 돈 벌어 주는 도구로 보는가” 같이 노동자에 대한 사고방식과 태도를 체크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경영자의 책임이 어느 정도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임금체불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체불임금을 안고 있는 경영자는 대체로 중소기업일 것이다. 대기업과의 거래 관계, 경기변동,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 거절 등 중소기업 경영자가 겪는 어려움이 클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을 핑계로 자기 종업원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경영자는 자기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경영자가 “임금체불은 절대 없다”는 책임의식을 굳게 가질 때 어떤 경영 환경에도 임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기업의 모든 기능을 완전하게 발휘하도록 한다. 그러면 기업의 합리화를 촉진해 생산성을 높여 나갈 것이고, 종업원도 그러한 경영자의 태도에 영향을 받아 기업 경영에 더욱 협조적일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중소기업가동우회가 한국 기업에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체불임금 없는 우리나라의 기업 경영을 기대한다.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 (hs.oh362@jil.g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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