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난희 공인노무사 (테미스노동법률사무소)
▲ 김난희 공인노무사 (테미스노동법률사무소)

대상 판정 : 경기2023부노116 시흥허브푸드(바로고 시화정왕4허브)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경기2023부노118 시흥바로고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 개요

배달대행 플랫폼을 주된 사업으로 영위하는 ㈜바로고는 배달대행 서비스업을 이행할 지역 대리점(창업자)을 모집해 이 사건 사용자와 허브계약서를 합의·작성했다. 허브계약서에는 본사가 지정한 상호, 명칭, 상표, 로고, 심볼, 디자인 또는 서비스 마크를 사용하고, 대리점 배달기사의 복장과 배달통은 본사의 디자인 정책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계약조건에 포함돼 있다. 본사 ㈜바로고와 허브계약서를 작성한 사용자는 배달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소속 라이더와 배달대행 위·수탁 계약을 체결했다. 대리점 소속 라이더는 본사의 배달대행 플랫폼 ‘앱’에 회원가입 및 가상계좌를 개설한 다음 ‘앱’을 통해 배달을 수행하면 수수료와 사회보험 등을 자동 정산한 배달료를 지급받을 수 있다.

이 사업장에 소속돼 있는 배달라이더 1명은 공공운수노조에 조합원으로 가입했고, 노동조합은 대리점주와 총판 대표자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용자는 관내 배달료를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배달라이더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므로 단체교섭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은 사용자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고 단체교섭에도 응하지 않는 것은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한 사건이다.

판정 요지

이 사건의 쟁점은 배달라이더가 노조법상에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지역 총판과 대리점이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이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첫째, 노동위원회는 배달라이더는 노조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판단 근거는 ① 사용자는 라이더와 정형화된 형식의 계약서 즉, 계약기간·배달업무 수행방법·배달료 지급·교육 및 계약해지 내용 등 의무사항을 명시한 배달대행 위·수탁 표준계약서를 체결한다. 라이더의 직접적인 수입인 배달료 등 보수를 비롯해 주요 노무제공 내용과 방법에 관한 사항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점 ② 라이더의 배달업무는 사용자의 사업에 필수적인 요소이며, 라이더가 배달대행업체를 거치지 않고 이 사건 앱에 직접 가입, 등록해서 앱을 통해 배달대행 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없는 구조로서 사용자의 사업을 통해서만 시장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 ③ 라이더는 배달대행 업무라는 단순 노무만을 제공하고 그 대가인 배달료를 받아 생활하는 자로서 배달량에 따른 수입이 근로기준법상에 임금에 이르지 않더라도 노조법 2조1호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는 충분히 해당하는 점 ④ 사용자의 앱의 관제 기능을 통해 라이더의 위치, 배달현황, 출퇴근 여부를 확인하고 배달구역이 정해져 있으며, 바로고의 상호가 있는 조끼를 입고 바로고 상호가 기입된 배달통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사용자로부터 어느 정도의 지휘·감독은 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 ⑤ 어느 정도의 수입 확보를 위해 사실상 지역이동이 어려워 배달대행업체 간 소속을 쉽게 변동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용자와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성과 전속성이 있다는 점 ⑥ 특정 배달라이더의 소득의존도가 낮더라도 초기업단위 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서 노동 3권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노조법상의 근로자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둘째, 이 사건의 본사에 해당하는 ㈜바로고는 대리점을 관리하거나 대리점을 모집해 본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수행의 총판을 두고 있다. 대리점주 외 총판 대표자도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쟁점이 됐으나, 노동위원회는 별도의 법인격이나 사업자등록증이 없고 본사와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거나 수수료도 받지 않으므로 총판은 사용자로서의 당사자 능력 기타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즉, 배달라이더와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대리점만 노조법상의 사용자로 인정했다.

셋째, 노동위원회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하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판단근거는 ① 라이더는 초기업단위 노동으로 사용자와 배달대행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소속 라이더가 가입해 활동하는 점 ② 노동조합은 행정기관으로부터 노동조합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후 노동조합의 설립 효력을 부정하는 처분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점 ③ 노조법 81조1항3호 ‘기타의 단체교섭’이란 단체협약의 체결 이외에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일련의 단체교섭 절차를 의미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배달대행업체의 일방적인 배달료 변경과 불투명한 수수료 체계 개선을 목적으로 단체교섭을 요구했고 이를 무시하고 교섭요구 사실조차 공고하지 않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판정 의의

2019년부터 배달라이더는 노동조합을 결성해 노조설립필증을 교부받고 법내노조로 인정받기 시작했지만 법외노조라는 인식이 더 많다. 대상 사건은 최초로 배달라이더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정이다. 판단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배달라이더는 플랫폼을 통해 노무를 제공하는 노무제공자로서 근로기준법의 근로자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대다수의 배달라이더는 사용자의 관리·감독하에서 지역 단위로 배달업무를 수행하고 플랫폼노동자로서 노동 3권 보장이 절실한 것이 현실이다.

이 사건 사용자에 해당하는 지역 대리점주도 배달단가는 바로고, 대리점, 가맹업체가 물가상승률과 타 배달대행업체의 배달단가, 시간당 처리건수를 기준으로 논의·협의하는 구조로서 대리점은 결정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위원회는 ‘관내 배달료의 조정문제는 본 교섭과정에서 논의·협의해야 하는 문제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이행을 제약하는 요소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도 노동자의 생계비, 유사 노동자의 임금, 노동생산성과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결정하듯이 배달단가 역시 이해관계자 간 협의해 조율하는 것은 당연한 구조이며, 이를 사용자가 배달단가의 결정권한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정확하게 판단했다.

다만 대상 사건에서 총판 대표자의 노조법상 사용자성을 부인한 판단 근거가 미흡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플랫폼노동 확대와 간접고용 등 산업구조의 변화를 반영한 노동시장의 이중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존 법리가 아닌, 새로운 법리가 필요하다. 2020년 미국의 연방노동위원회(NLRB)에서 맥도날드에 대해 공동사업주 또는 공동사용자 법리를 적용해 가맹점과 가맹본사에 대해 사용자성을 인정해 부당노동행위가 성립된다고 판정했다. 공동사용자 법리는 2개 이상의 법인격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더라도 중요한 근로조건을 공유하고 공동 결정하는 등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는 자를 사용자로 인정한다는 개념이다.

배달대행 서비스업을 수행하는 대리점은 개인사업자이며, 해당 지역 대리점을 관리하는 지역단위 지사에 해당하는 총판은 대리점주의 업무 지침을 결정해 하달하고 ㈜바로고 지사들 간 배달 경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 총판의 대표자 역시 노동조합의 교섭 상대방에 해당할 수 있다. 총판뿐만 아니라 본사 ㈜바로고도 배달라이더에게 본사의 디자인 정책을 준수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노동조합의 중요한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배달료 결정에 관여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위원회는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고 공동사용자 법리를 적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심리하고 판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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