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보안 업무를 위탁받은 업체가 상사와 그 가족이 탄 순찰차를 검문했다는 이유로 초소 근무자에게 정직 40일의 징계를 내렸다가 법원에서 ‘부당정직’ 판결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초소 근무자는 노조 조합원이라 ‘표적 징계’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장 견학 안 되는데” 당황한 초소 근무자

2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 부장판사)는 현대차 전주공장의 경비업체 S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정직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S사가 항소를 포기해 지난 17일 1심이 그대로 확정됐다.

사건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년 전 S사에 입사한 A씨는 그해 8월3일 오후 8시께 현대차 전주공장의 초소에 나가 경계근무를 했다. 근무 중 보안팀장 B씨가 오후 8시13분께 순찰차에 가족을 태우고 공장 내부를 견학하기 위해 들어왔다. A씨는 약 20분 뒤 본관 정문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견학을 마친 B씨와 가족이 탄 순찰차가 오후 8시41분께 정문으로 나오자, A씨는 손동작으로 ‘정지’ 신호를 보내고 탑승자를 확인하기 위해 검문을 시도했다. A씨는 초소 교대근무 시작하기 약 5분 전에 사무실에서 나와 초소에 들어갔다. A씨는 “동승자가 있냐”고 물었고, B씨는 “가족이 있으니 보내고 얘기하자”고 했다. 이후 A씨는 함께 근무 서던 동료 C씨에게 “저녁에 공장에서 견학 자체가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C씨가 바리케이드를 열어 줘 B씨 차량이 빠져나갈 수 있었다.

해고했다가 정직, 노동위만 두 차례에 결국 소송

회사는 이를 이유로 징계에 나섰다. 보안센터 소장은 “A씨가 초소 근무자가 근무 중인데도 초소로 나와 업무를 방해했고, 순찰차에 B씨 가족의 탑승을 사전에 인지했는데도 비인가 인원의 탑승 여부 확인을 빌미로 검문·검색을 무리하게 실시했다”며 인사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했다. 사측은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최고 수위의 징계인 ‘해고’ 처분을 내렸다. 재심에서 정직 6개월로 수위가 내려갔지만, A씨는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정직 구제를 신청했다. 전북지노위는 징계사유는 인정하면서도 징계양정이 과도하다며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사측은 2022년 1월 징계를 취소하고 A씨에게 자택 대기발령을 명령했다. 그러고는 ‘정직 50일’로 재차 징계했다. 징계사유만 △정위치 근무 위반 △동료 업무방해 △바리케이드 운영규칙 위반 △검문 절차 위반 △복장규정 위반 △지노위 회사 답변서 동료 유포 등 6개에 달했다. A씨는 또다시 재심을 신청해 ‘정직 40일’로 징계 수위가 낮아졌다. 다시 법적 분쟁이 시작됐다. 전북지노위는 ‘답변서 유포’를 제외한 나머지 징계사유는 인정하면서도 양정이 과도하다고 봤고, 중노위도 초심을 유지했다. 사측은 2022년 10월 소송을 냈다.

‘허위 견학 허가서’ 작성한 원·하청 ‘표적 징계’ 의심

법원은 근무 모자를 벗어 적용된 ‘복장규정 위반’을 제외한 나머지 징계사유는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중노위에서 인정된 징계사유마저 무효로 판단했다. B씨 가족의 저녁시간 공장 견학이 이례적인 상황으로, 확인되지 않는 출입자 신원을 확인하는 것은 적법한 업무수행이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고의로 B씨를 괴롭히거나 정신적 압박을 가하려는 목적에서 불필요한 절차인 검문을 시도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징계양정도 과다하다고 판단했다. B씨가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가족을 데리고 공장을 출입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봤다. 특히 원청인 현대차 보안담당자가 서명한 ‘견학 허가서’가 검문 이후 두 달이나 지나서 작성됐다는 부분을 질타했다. 재판부는 “확인서 기재 내용만으로는 B씨가 출입 규정을 준수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회사가 A씨에 대해 B씨보다 무거운 징계처분을 한 데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직원이 ‘정위치 근무 위반’으로 감봉 처분을 받은 점도 부당징계의 근거로 삼았다.

A씨측은 조합원을 ‘표적’으로 이뤄진 징계라고 의심했다. A씨를 대리한 서범진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하청업체는 징계 정당성을 입증하는 근거로서 상사의 견학이 사전에 현대차 원청의 허가를 받은 것이라며 ‘허가서’를 노동위와 법원에 제출했지만, 이는 비공식적 문서에 불과했다”며 “견학 신청은 통상 인터넷을 통해 이뤄졌고, 당시 현대차는 코로나로 견학을 원칙적으로 불허하던 상황이었다. 원·하청이 모두 조합원을 ‘표적 징계’하기 위해 움직인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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