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배치 성차별로 인한 승진 성차별 사건에서 중앙노동위원회는 직접차별이 아닌 ‘간접차별’로 인정했다. 승진 기준을 충족할 수 없는 직무에 여성들이 배치됐지만 승진 기준이 외관상 중립적이기 때문에 사용주에게 악의적 차별 의도가 없다는 것이다. 사용자의 차별 의도를 중요하게 보는 직접차별과 달리 간접차별은 사회관행이나 남녀의 생리적 차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어느 한 성에게 불리한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고용상 성차별 사건에서 지금보다 적극적인 직접차별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한국젠더법학회 동계학술대회 ‘2023년 젠더 사례 톺아보기’에서 중노위가 지난해 12월 기계 제조·판매사 A에 승진 성차별 시정명령을 내린 사건이 다뤄졌다. 이 판정은 2022년 5월 고용상 성차별 시정제도가 도입된 뒤 내려진 두 번째 시정명령이다.

A사의 승진 기준은 매출점유율·채권점유율 등이다. 대리점을 관리하는 영업관리직은 충족할 수 있는 기준이지만, 전반적인 세무·회계를 처리하는 영업지원직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문제는 영업관리직 전원이 남성, 영업지원직 전원이 여성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중노위가 여성을 승진에서 배제해 온 관행을 인정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중노위는 “사업주의 인사규정 등이 남녀에게 동일 적용돼 외관상 성차별적 규정이란 점이 명백히 드러나지 않으나, 매출점유율·채권점유율 등 승진기준은 영업지원직 여성은 사실상 충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용주의 성차별적 직무배치로 승진 성차별이 발생했지만, 인사규정이 남녀에게 동일 적용돼 사용주에게 차별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간접차별만 인정한 것이다. 이 사건 피해자를 대리한 김예지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배치 차별을 주장했으나 중노위는 판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별에 따라 승진기준을 달리 적용한다는 인사규정이 있어야만 직접차별에 해당하는지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정형옥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원은 “어떤 사업체도 승진기준에 ‘여성’ ‘남성’을 명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승진차별은 간접차별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김선화 서울가정법원 판사는 “사용자의 차별적 의도를 추단할 여러 사정이 존재한다”며 “사용주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차별의 실질을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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