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희 진보당 의원과 서비스연맹 주최로 21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CLS)의 대리점 계약해지 및 클렌징 사례로 보는 하청노동자 노동권 보호 토론회. <정기훈 기자>

쿠팡의 택배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대리점과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등 ‘후진적’ 노무관리 문화로 비판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쿠팡의 이 같은 대응에 위법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쿠팡에서 일한 노동자나 쿠팡을 취재한 언론인의 명부를 만들어 취업을 제한한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고 있는 쿠팡 계열사 전반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불공정거래행위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

파업하면 대리점 계약해지, 노동자 일감 회수

CLS는 지난해 12월 택배노조 쿠팡분당지회 조합원들이 소속된 대리점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같은해 4~5월 조합원들이 노조 결성 과정에서 결의대회를 열었고, 이때 사쪽 관계자들과 충돌했기 때문이다. 쿠팡은 “신뢰관계가 훼손됐다”며 대리점에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국회 토론회에서 쿠팡의 노동조건을 증언한 해당 대리점주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일방적 계약 해지’는 대리점주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택배노동자에게는 ‘클렌징’이라 불리는 구역회수, 즉 일감을 빼앗아가는 사실상 계약해지 통보가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노조 쿠팡강남지회 조합원 4명은 택배 수행률(배송률) 미달을 이유로 지난해 7월 클렌징 당했다. 지난달엔 노조 쿠팡판교지회가 프레시백(보냉백) 수거를 거부하는 쟁의행위를 하자 클렌징을 통보받았다.

“쿠팡은 택배노동자 실질적 사용자”

전문가들은 쿠팡‘그룹’의 노무관리가 합법적이지 못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과 서비스연맹은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쿠팡(CLS)의 대리점 계약해지 및 클렌징 사례로 보는 하청노동자 노동권보호 토론회’를 열었다.

이수열 변호사(법무법인 훈민)는 “CLS는 택배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놓여 있다”며 “노조활동을 이유로 대리점과 계약을 해지한 사건의 경우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택배노동자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는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을 우회해 스스로의 근로자성을 입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해 부당노동행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럼에도 CLS는 대리점에 CLS의 배송 시스템을 적용하고 물량, 배송수수료에 대한 결정 권한을 지녀 부당노동행위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혜진 변호사(서비스연맹 법률원)는 “CLS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서비스법)의 택배서비스사업자에 해당하는데 대리점과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는 합의서 등을 마련해 생활물류서비스종사자의 안정을 보장하는 생활물류서비스법 취지를 몰각한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CLS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사고에 대한 책임을 대리점의 부담으로 하는 계약을 맺기도 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는 계약조건을 설정하기도 했다”며 “쿠팡이 노동 3권을 무시하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방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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