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기존 국민연금제도를 일몰하고, 낸 만큼 받는 방식의 새로운 국민연금제도를 제안했다. 세대 간 부담 전가를 완화하려는 목적이지만, 국민의 노후소득 수준에 대한 국가적 목표를 제시하고 보장하는 국민연금제도 취지에 반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대 부담 전가 방지” vs “소득대체율 무시”

한국개발연구원은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을 제안했다. 가입자가 기대수익비 1을 돌려받는 것을 뼈대로 하는 신연금 제도다. 기대수익비란 납부한 보험료와 기금운용수익을 합한 값이다. 보험료를 낸 만큼 돌려받는 방식이라 항구적인 기금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보험료를 9%에서 15.5% 수준으로 인상하면 소득대체율 40%를 지금처럼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렇지 않고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2054년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되고, 이후 보험료율을 35%까지 끌어올려야 현재의 소득대체율(40%)를 감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강구 연구원 연구위원은 “세대 간 보험료 전가를 막고 기금 고갈 방지를 위한 개정”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가입을 중단하고, 지출 예정인 급여를 일반재정(세금)으로 605조원가량 투입해 일몰시킨다.

그러나 이는 국민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국민연금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소득대체율 논쟁의 의미도 도외시했다는 지적이다. 소득대체율은 기존 연소득 대비 연금 비율로, 이를 어느 수준에서 정하느냐는 곧 국민의 노후 생활수준 평가와 보호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다. 노동자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소득대체율은 51.8%인데, 우리나라는 31.2%로 차이가 크다.

고소득자 이탈, 국민연금 가입 감소할 수도

운용 방식도 우려가 생긴다. 신연금은 개인별 납부 보험료를 출생연도에 따른 연령군 계좌에 모으는 방식이다. 같은 연령군이라도 소득의 차이에 따라 납부액이 다르지만, 연령군을 기준으로 기대수익비 1을 맞추기 때문에 고소득자는 기대수익비 1보다 낮게, 저소득자는 기대수익비 1보다 높게 급여를 수령할 수 있다. 연구진은 신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으로 소개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낸 만큼 받는다’는 개정 취지에 반하고, 고소득자가 국민연금 가입을 유지할 동인도 사라진다. 고소득자가 이탈하면 되레 급여액이 하향평준화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 가입 자체가 감소할 수 있다. 이강구 연구위원은 “소득 재분배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지만 하향평준화 우려는 있다”며 “고소득자를 유인하려면 기초연금과 연계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신연금이 민간 연금보험과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남찬섭 동아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공단 같은 조직을 둘 필요 없이 민간위탁사업으로 전환해도 되는 수준인데, 결국 연금을 민영화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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