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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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 절반가량(약 55%)이 의사가운을 벗으면서 우려했던 의료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강경 대응을 기조로 면허 박탈도 검토하고 있다. 야당과 노동·시민·사회단체는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안(공공의대법안)과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지역의사제법안)을 처리해 의사 양성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세브란스·성모병원 등 수련병원 10곳 757명 출근 안 해

20일 보건복지부 따르면 지난 19일 밤 11시 기준 전체 전공의 1만3천명 가운데 95%가 근무하는 100개 주요 수련병원 점검 결과 6천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중 25% 인 1천630명이 실제로 19일 병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각 병원은 보고했다. 병원은 정부 명령에 따라 6천415명에 대한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19일 밤 10시 기준 세브란스병원과 성모병원 같은 주요 수련병원 10곳을 직접 현장점검한 결과 전공의 1천91명이 사직서를 냈고 757명이 출근을 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 정부는 19일과 20일 총 831명의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의료대란이 확산하면서 안타까운 피해도 보고됐다. 1년 전 예약한 자녀 수술이 지연된 것으로, 보호자는 이날 입원을 위해 회사까지 휴직한 상태로 전해졌다. 이를 비롯해 수술 취소 25건, 진료예약 취소 4건, 진료 거절 3건, 입원 지연 등 2건이 발생했다. 피해는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윤석열 “집단 의료 거부 안 돼”

정부는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 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사는 군인, 경찰과 같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더라도 집단적인 의료 거부를 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라며 “정부는 지금까지 의사 증원을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30여년동안 실패와 좌절을 거듭했고, 이제 실패를 허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인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기지들과 만나 업무개시명령에 응하지 않은 전공의에게 면허 박탈 같은 행정처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9일 정례기자간담회에서 “의사 집단행동 돌입 움직임이 있다”며 “수사기관에 관련 사건이 고발되면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명백한 법 위반에도 출석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청장은 “주동자에 대해선 검찰 협의를 통해 구속수사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  정기훈 기자

보건의료노조 “끼워팔기 비대면 진료 웬 말”

노동·의료·시민사회단체는 19년 만에 의대 정원 확대가 가시화한 만큼 의사는 소모적인 반대를 중단하고 정부는 제대로 된 공적 의사 양성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기민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은 20일 오전 보건의료노조와 시민사회단체가 국회 소통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민간 중심 의료체계에서는 돈이 안 되는 필수·지역·공공의료 분야로 의사가 가지 않는다”며 “의대 정원 증원뿐 아니라 늘어난 정원을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로 양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갈등을 틈탄 정부의 ‘정책 끼워팔기’ 시도도 도마에 올랐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의사 집단 진료거부를 억제한다며 비대면 진료를 끼워팔기 식으로 비상대책으로 꺼내는 등 국민의 의료정책이 의사단체와의 협상 도구로 변질돼선 안 된다”며 “공공의대법안과 지역의사제법안 통과와 시행을 위한 국회의 결단과 정부의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법안은 2월 임시국회 내 본회의 직회부가 예상된다. 지난해 12월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두 법안은 이날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지 62일째라 국회법에 따라 본회의에 직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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