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산재 카르텔’을 이유로 업무상질병 인정 기준, 상병별 표준요양기간 마련 등 산재보상제도에 대한 전방위적인 손질에 나선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근로복지공단의 특정감사 결과 485건의 부정수급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근로복지공단·산재병원·산재환자 간 ‘산재 카르텔’ 의혹이 제기되자 같은해 11월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특정감사에 나섰다.

특정감사는 12월31일까지 두 달간 2022~2023년 산재 승인 건 중 근로복지공단 등 각종 신고시스템에 접수되거나 노동부가 자체 인지한 사건 883건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 중 55%(486건)가 부정수급 사례로 적발됐다. 노동부에 따르면 적발액은 113억2천500만원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18일부터 2주 동안 재해자의 산재신청 등 대리 업무 수행과정에서 부정한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노무법인 11곳을 점검했다.

노동부가 이날 공개한 부정수급 사례는 노무법인이 업무집행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주를 이뤘다. 소음성난청 산재신청 과정에서 노무법인이 재해자에게 진단·검사비를 지원하고, 노무법인이 소개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하는 식이다. 이 대가로 노무법인은 산재 요양비의 30%에 달하는 수임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변호사나·공인노무사가 아닌 사무장이 주로 산재 상담·신청을 진행하고, 수수료를 받는 사례도 있었다.

노동부는 “산재브로커(사무장) 개입이 의심되는 일부 노무법인은 의료법을 위반해 진단비용 대납, 각종 편의 제공 등을 통해 환자를 특정병원에 소개·유인했다”며 “이런 영업행위로 기업형으로 연 100여건의 사건을 수임해 환자가 받을 산재보상금의 최대 30%까지 지급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감사 결과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산재보험 부정수급 사례다. 근로복지공단과 산재병원, 환자 간 카르텔을 지목했던 지난해 국정감사 내용과 같은 사례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감사결과 나온 부정수급 사례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업무상 질병 추정의 원칙 등에 대해서도 ‘강력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다.

노동부 계획은 △업무상 질병 추정의 원칙 법적 근거 마련 △연령별 청력손실 정도를 고려하지 않은 현행 소음성 난청 기준 변경 △장기요양환자 유발 원인 개선 등으로 좁혀진다. 6개월 이상 장기요양환자가 전체 요양환자의 48% 수준으로 많으니 산재보험기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장기요양환자를 줄이겠다는 의미다. 노동부는 이를 위해 상병별 표준요양기간 마련, 의료기관 변경 제도 개선 등을 산재보상 제도개선 TF에서 논의할 전망이다.

이정식 장관은 “이번 감사에서 밝혀진 사항들에 대하여는 수사기관과 적극 협조해 산재 카르텔과 같은 부조리가 다시는 발붙일 수 없도록 엄정히 처리할 것”이라며 “이러한 과제들은 지난 1월30일 발족한 ‘산재보상 제도개선 TF’를 통해 다방면의 외부 전문가들과 깊이 있게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재보험과 타 사회보험과의 관계를 고려해 산재보험 제도 개선을 고민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장관은 “산재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려면 일부 과잉 보상되는 부분은 없는지 진단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연령 특성, 일반 근로자 등과의 형평 및 노후보장으로서 타 사회보험과의 연계 등을 고려해 합리적 보상이 되도록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뇌혈관질환으로 재해를 당한 재해자가 78세의 나이에 월 675만원의 장해급여를 수급하고 있는 사례를 언급했다. 국민연금에 가입돼 있으면 국민연금도 중복해서 수급이 가능한데 보상액이 지나치게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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