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1월27일 시행된 지 2년을 맞았다.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낸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신체 보호를 목적으로 정해진 법률이 법원에선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매일노동뉴스>는 5차례에 걸쳐 검찰 기소와 법원 판결을 분석해 법 적용의 한계와 개선점을 모색한다. <편집자>

① 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 ‘솜방망이 처벌’ 답습
② ‘후진국형 재해’ 대부분, 법원은 ‘피해자 과실’
③ 법원도 입법취지 주목, ‘적당주의’ 안 통했다
④ ‘고의성’ 짙은 검찰, 구형량 낮고 회장님 불기소
⑤ 기업은 ‘바지사장’ 로펌은 ‘경영책임자 방어’

자료사진 홍준표 기자
자료사진 홍준표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년 동안 검찰의 구형량이 징역 1~2년에 머문 것으로 파악됐다. 중대산업재해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했을 때 경영책임자에게 내리는 법정형 하한선(징역 1년)에 근접한다. 검찰의 낮은 구형량이 선고형량이 내려가는 데 적잖이 작용했다는 비판이 인다. 올해 1월27일부터 50명 미만 사업장에도 법이 확대 적용됐지만, 정작 대기업 기소는 한 건도 없다는 점도 지적 대상이다.

2년간 한 달 약 1.5건 기소 ‘늑장 수사’

1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현재까지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40건이다. 법 시행 약 5개월 만인 2022년 6월27일 노동자 16명이 집단 급성간염을 일으킨 두성산업의 대표가 처음으로 기소됐고, 지난 1일 상가 신축공사 현장에서 무너진 바닥면에 깔려 노동자 2명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경기도의 한 건설사 대표가 마지막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중 14건이 선고됐고, 실형이 확정된 사건은 2호 선고인 한국제강(원청 대표 징역 1년)이 유일하다.

2년간 한 달에 약 1.5건이 기소된 셈이다. 재해 발생일로 따졌을 때 수사 기간은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걸렸다. 올해 2월 기준으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송치받은 사건 107건 중 51건은 수사를 마쳤고, 그중 40건을 재판에 넘겼다. 기소율은 78.4%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해 발생한 전체 중대산업재해 510건의 약 10%만 기소돼 ‘거북이 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선고된 사건의 구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징역 2년’ 구형이 전체 선고 사건 14건 중 절반 이상에 달했다. 심지어 법정형 하한선을 구형한 사건도 있다. 아파트 설비과장이 사다리를 타고 천장 누수방지 작업을 하다가 추락해 숨진 사고와 관련해 기소된 공동주택 관리업체 국제경보산업 대표에게 서울북부지검은 지난해 9월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법인 구형량도 벌금 1억5천만원으로, 법정형 상한선인 벌금 50억원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낮은 구형량은 미약한 처벌로 이어졌다.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한 사건 중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징역 1년이 선고된 한국제강뿐이다. 검찰이 ‘법정형 최저형’을 구형한 국제경보산업의 경우 대표가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징역 2년을 구형한 사건 중에서도 법정형 최저형보다 아래인 선고형을 받은 사례가 나왔다. 중국인 노동자의 끼임 사망사고로 재판에 넘겨진 부산 소재 성무건설 대표가 지난해 12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것이다. 원청 법인의 벌금형도 5천만원에 그쳤다.

징역 4년 기준 세웠던 대검, 현실은 ‘반쪽’ 구형

이러한 검찰의 태도는 법 시행 무렵 대검찰청이 스스로 설정한 ‘구형 기준’과도 차이가 크다. 중대재해 수사는 대검찰청이 일선 검찰청의 수사검사에게 지휘하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2022년 3월께 일선 검찰청에 중대재해로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징역 2년6개월~4년’을 구형 기본구간으로 정했다. 당시 대검은 “중대재해처벌법 법정형 하한선인 징역 1년 이상이 선고될 수 있도록 기본구간을 징역 2년을 초과해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대검은 ‘재범’ 가중 상한선을 징역 45년까지 높였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사망사고 재범 상한선인 징역 10년6개월보다 4배 이상 높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다. 법정형 하한선에 그치는 선고형량이 대부분이고, 과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여러 차례 처벌 전력이 있는 사업주에게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실제 사망사고를 포함해 다섯 차례의 끼임 사고에도 또다시 사망사고를 일으킨 경산시 골판지 제조업체 삼성포장 대표는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낮은 선고형에 검찰이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법무법인 두율)는 “추락·끼임 등 반복적인 재래형 사고가 일어났는데도 검찰이 법정 최저형을 구형해 약한 처벌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효과를 미미하게 만들어 실효성을 부정하도록 만드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 기소는 전무, ‘형식적 절차’로 무혐의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대기업은 놔두고 ‘중소기업’에만 치우친 기소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지금까지 기소된 사업장은 300명 이하의 제조업체나 건설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대기업은 전무하다. 특히 하청노동자 고 이동우씨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동국제강의 장세욱 대표나 평택 SPL 공장과 성남 샤니 공장의 연속 사망사고가 있었던 SPC의 허영인 회장은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한 대기업의 수사를 맡았던 근로감독관은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대기업 사건에서는 경영책임자 해석과 관련해 여러 번 수사 지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했다는 형식적인 이유로 불기소된 사례도 있다. 대흥알앤티·에쓰오일·LG전자 자회사 하이엠솔루텍가 대표적이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대흥알앤티의 경우 두성산업과 같이 노동자 13명이 독성 간염을 일으켰지만, 검찰은 국소배기장치가 마련됐고 위험성평가를 이행한 점을 근거로 대표이사를 불기소 처분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정한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4조3호) △재해예방 예산 편성 및 집행(4조4호) △안전보건 관련 종사자 의견 청취 절차 마련(4조7호)을 이행했다고 본 것이다.

법 위반 많은데 일부로 불기소 “사장 잘못 은폐”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검찰은 경영책임자와 안전경영책임자(CSO) 모두에게 무혐의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2022년 5월 에쓰오일 울산 온산공장의 폭발사고로 노동자 1명 사망과 8명의 화상 부상 사고와 관련해 울산지검은 후세인 알카타니 대표와 이민호 CSO에는 불기소 처분을 했다. 대표가 안전보건에 관한 전권을 CSO에게 위임해 경영책임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다. CSO 역시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하는 절차를 마련했고, 법 시행 후 6개월이 되기 전에 사고가 났으므로 반기 1회 이상 점검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에어컨 수리기사 추락사’와 관련해 LG전자 자회사인 하이엠솔루텍의 대표 역시 서울동부지검이 지난해 8월 무혐의 처분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가 없어 중재해처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 불기소 결정과 관련해 안전보건 확보의무 해석 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시행령 4조가 정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과 이행 의무를 지키기만 했다면 처벌을 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기소된 40건 중 위반한 의무사항은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 방침 마련(4조1호)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4조3호) △안전보건 관리책임자 업무수행 평가 기준 마련(4조5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손익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검찰은 시행령상 위반한 의무사항이 다수인데도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 마련과 위험성평가 등 일부만 보고 불기소 처분한다”며 “작업을 지시하는 사용자 잘못은 은폐하고 피해자 과실로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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