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스피커 고장은 왜 이리 잦은지, 꼭 약속한 시각 10분을 앞두고 말썽이다. 그중 컴퓨터 전기 전자에 능통하다 인정받는 능력자가 나서도 소용없더라. 스피커와 마이크를 괜히 한 번 두들겨 본다. 전원을 껐다 켜 본다. 어색한 시간을 메우려 조끼 입은 사람들은 구호를 외치고 또 외쳐 본다. 여럿이 함께라 그 목소리 크기도 스피커 음량에 못지않지만, 구구절절 사연 풀어내기엔 마이크가 꼭 필요한 법이었다. 택배 배송 오기만을 기다리듯 자꾸만 시계를 들여다본다. 두리번 거린다. 그 순간 저 멀리서 달려오는 공공자전거 한 대. 거기 멀쩡한 스피커가 실렸다니 박수와 환호가 터진다. 멀지 않은 사무실에서 공수해 온 것인데, 늘 막히는 도심 길을 요리조리 달려 늦지 않게 배송을 마쳤다. 받아 든 사람들이 저리 밝다. 따릉이 특송이라고 불렀다. 기자회견이 무탈했다. 목소리 내내 우렁찼다.

사람들은 언제나처럼 길을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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