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공농성 중인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조합원 2명이 16일 오전 경찰과 대치 중인 조합원들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모습. <이재 기자>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고공농성 중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를 끌어내기 위해 집결했던 경찰이 별다른 진입시도 없이 물러났다. 우려했던 충돌은 없었지만 향후 강제집행 시도가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경력 350명 대치 끝 2시간 만에 해산

경찰은 16일 오전 8시께부터 경력 350명을 경북 구미시 외국인투자전용단지에 위치한 한국옵티칼 공장부지 정면과 측면에 배치하고 농성장을 지키겠다며 전국에서 모인 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정당·종교인 1천명과 대치했다. 경찰은 2시간여 동안 도로 1차선을 사이에 두고 노동자들과 대치했지만 별다른 충돌 없이 해산했다.

이날 경찰은 한국옵티칼 청산인 요청에 따라 출동했다. 청산인쪽은 2022년 11월 청산 결정 이후 노동자 13명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을 이어가는 노조사무실을 노조로부터 인도받고, 공장 철거에 반대하며 공장동 옥상에서 농성 중인 노동자 2명에 대해 철거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인용에 따른 농성 해산을 시도하기 위해 방문했다. 오전 9시40분께 청산인과 법원쪽 관계자가 대치 중인 노동자쪽에 행정대집행을 고지했고, 이후 경찰과 협의 후 10시10분께 되돌아갔다.

16일 오전 경찰의 진입시도를 우려한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몸을 간이망루에 쇠사슬로 묶묶고 있다. <이재 기자>
16일 오전 경찰의 진입시도를 우려한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몸을 간이망루에 쇠사슬로 묶묶고 있다. <이재 기자>

금속노조 조합원·정치·종교·시민사회 집결

이날 행정대집행 저지를 위해 노동자 1천명이 모였다.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지회장 최현환) 조합원 11명을 비롯해 현대자동차지부와 아사히글라스지회 등 금속노조 지부·지회는 물론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일부 등 다양한 산별 조합원이 전날인 15일 밤부터 농성장을 찾았다. 노동자 외에도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승려들이 농성장 앞에서 소규모 기도회를 열었고,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도 노동자들과 합류해 경찰 행정대집행을 저지했다. 전날부터 합류한 양경규 녹색정의당 의원은 망루 옆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하면서 경찰 진입을 막았다.

최현환 지회장을 제외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노동자 11명 중 8명은 이날로 40일째 공장 옥상 위에서 고공 농성 중인 조합원 2명을 지키겠다며 스스로의 몸에 쇠사슬을 감고 급히 설치한 정문 출입구 앞 간이망루에 오르기도 했다. 다행히 경찰이 무리한 진입을 시도하지 않으면서 사고는 없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조합원들이 16일 오전 공장 정문에 설치한 간이망루. <이재 기자>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조합원들이 16일 오전 공장 정문에 설치한 간이망루. <이재 기자>

 

최 지회장은 “우리 조합원들이 온 몸에 쇠사슬을 감고 사용자쪽의 부당함을 지적하면서 한발도 물러설 수 없다는 결의를 보였다”며 “언제 또 공권력이 들어올 줄 모르겠지만 이 기세를 잊지 않고 반드시 고용승계를 쟁취하겠다”고 다짐했다.

옥상 고공농성 조합원 “고용승계 뒤 두 발로 내려갈 것”

이날은 경찰이 충돌 없이 해산했지만 앞으로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최일배 금속노조 구미지부 교육선전국장은 “오늘은 행정대집행 예고에 전국에서 많은 노동자와 연대가 모여 저지했지만 향후 이런 시도가 거듭할 것”이라며 “당장 월요일 이후부터 매일같이 행정대집행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연대대오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고공농성 중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소아무개 조합원은 “10년 넘는 시간 동안 함께 일했던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몰기 위해 대표이자 동료였던 사람이 청산인이라며 공권력을 몰고 왔다”며 “노동자가 원하는 것은 오직 고용승계 하나 뿐이다. 노동자에게 일방적인 횡포를 휘두르는 자본에 맞서 고용승계를 쟁취하자”고 강조했다.

함께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어젯밤부터 긴장을 많이 해 한숨도 못 잤는데 아침 연대대오를 보고 가슴이 벅찼다”며 “고용승계를 쟁취하고, 이 투쟁을 승리로 이끌어 꼭 두 발로 밑으로 내려가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조합원 4명이 16일 오전 간이망루에 올라 쇠사슬로 몸을 묶고 앉아 있다. <이재 기자>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조합원 4명이 16일 오전 간이망루에 올라 쇠사슬로 몸을 묶고 앉아 있다. <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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