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이 인력 절감형 기술 발전이 가속하면서 데이터 분석 능력과 같은 새로운 숙련이 필요한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대면상담·판매보다는 비대면 중심의 업무 증가로 인해 근로형태 유연화 요인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력 축소와 근로형태 유연화 등은 은행산업의 집단적 노사관계 필요성을 약화할 수 있어 노조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지점 축소와 고용인원 감소, 인터넷뱅킹 이용률 증가 심화

13일 금융경제연구소의 ‘은행산업의 현주소와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은행산업은 지점축소와 고용인원 감소, 인터넷뱅킹 이용률 증가 현상이 가속하고 있다.

은행산업에서 고용인원과 지점 수는 나란히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1997년 10만7천161명을 기록했던 시중은행 고용인원은 2022년 6만3천115명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지방은행은 2만1천876명에서 1만1천732명으로 반토막 났다.

시중은행의 지점 수는 1997년 3천705곳이었는데 2021년에는 2천930곳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지방은행은 1천18곳에서 674곳으로 감소했다.

인력 감소, 영업활동 감소 속에서도 은행산업은 덩치를 키워왔다. 1998년부터 2021년까지 시중은행 대출금 연평균 성장률은 10.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평균 성장률이 8.6%일 때 가계 대출은 15.1%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총대출금 규모는 1999년까지만 하더라도 200조원을 밑돌았는데 2022년에는 1천200조원을 넘었다.

은행산업은 고객 중개를 통해 발생하는 예대마진과 수수료를 수입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지점을 통한 대면 영업활동은 줄었지만 인터넷뱅킹을 통한 영업을 급격히 증가했다. 이런 현상은 최근 20년간 창구, CD/ATM, 텔레뱅킹, 인터넷뱅킹 등 금융서비스 전달 채널별 업무처리 비율 변화에서 잘 드러난다.

2001년 금융서비스 이용 건수 중 인터넷뱅킹 이용 비중은 5.9%에 불과했다. 창구 이용이 43.3%, CD/ATM 36.5%, 텔레뱅킹 14.3% 순이다. 2022년에는 다른 세상이 됐다. 인터넷뱅킹 비중은 77.7%로 급증했고, 창구(5.5%)·CD/ATM(14.2%)·텔레뱅킹(2.6%)은 감소했다. 금융서비스 이용 환경 변화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은행산업은 돈을 다루는 중개업인 동시에 정보산업인데, IT 발전에 따라 정보산업의 특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현금이 필요 없는 사회로 이행, 가상화폐 등 대안화폐의 등장에 따른 은행의 중개 기능 약화, IT 발전에 따른 정보탐색 비용 하락으로 은행산업의 경영환경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은행 지점의 역할 변화도 점쳐진다. 은행은 지점을 상담과 판매 중심채널로 두고 거래는 주로 비대면으로 운영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앞으로 데이터분석, AI(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고객에게 특화한 금융서비스를 손쉽게 제공하게 되면 지점 역할은 지금보다도 줄 수 있다.

비대면 상담 능력 우대 … 숙련 조건 변화 전망

반면 지점 축소는 충성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는 부작용도 동반할 수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지점 축소로) 길어진 고객 대기 시간과 대면 상담이라는 높은 비용 등을 극복하기 위해 대면 채널과 비대면 채널이 최적화된 방식으로, 그것도 낮은 비용으로 개별 맞춤형 금융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 요구될 것”이라며 “고객에게 맞춤형 금융 자산관리 해결책을 제공하되, 지점은 고객이 금융경험을 더욱 확장하거나 최종 의사결정 단계에서 방문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점의 역할 변화는 지점 수 감소와 지점 인력 축소로 귀결된다.

고용인원 감소가 예상되는 은행산업의 변화는 노사관계에도 적지 않은 과제를 던지고 있다. 우선 은행산업에 필요한 숙련의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대면 서비스보다는 비대면 상담에 필요한 지식의 습득이 중요해질 수 있다. 데이터 분석과 AI 부문에도 지금보다 많은 인력이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 예대마진을 통한 이익 규모가 정체되고, 이는 보상(임금) 여력의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하익준 연구소 자문위원은 “근로형태는 유연화되거나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더 효과적으로 바뀌면서 집단적 노사관계에 대한 필요성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노동에 불리한 방식의 은행산업 변화에 대응하는 노조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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