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2017년 이후 지속하는 청년여성 자살률 증가의 배경은 노동시장에서의 주변화와 배제에 따른 절망이라는 분석이다.

12일 학계에 따르면 이민아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지난해 발간한 학술지 한국여성학에 발표한 ‘노동시장에서의 위기심화와 청년여성 자살률’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2017년 이후 2030 여성 자살률이 전례 없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데, 노동시장에서의 위기가 배경이라는 것이다.

2017년 대비 여성 20대 자살률 71.9% 증가

실제 2018년 이후 2030 여성 자살률 증가는 기록적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절대적인 자살은 남성이 더 많다. 인구 10만명당 남성 35.9명으로 여성(16.2명)의 두 배가 넘는다. 하지만 증가 속도만 놓고 보면 문제가 달라진다. 여성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2017년 대비 17.4% 증가했는데 특히 20~29세 여성은 71.9%(11.4명→19.6명), 30~39세 여성은 27.8%(16.2명→20.7명)가 급증했다. 2030 여성의 자살률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소폭이라도 감소하는 등 변동이 있는 다른 나이대와 현격한 차이다. 특히 같은 기간 남성은 전체 나이 평균 2.9% 증가했고, 20~29세 남성은 30.3%(20.8명→27.1명), 30~39세 남성 3.1%(32.4명→33.4명) 증가율을 보여 같은 나이대 여성 증감율과 대비를 이뤘다. 2017년 이후 자살률 증가에서 2030 청년여성 비중이 절대적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자살을 개인적·심리적 영역으로 축소하는 경향이 있는데, 여성 자살은 더욱 그렇다. 이 교수는 경찰청 경찰통계연보를 인용해 “2021년 기준 남성 자살자 30.24%는 경제생활문제로 자살한 반면 여성은 56.98%가 정신적 문제로 자살한 것으로 추정됐다”며 “하지만 청년기 여성은 자살충동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21.5%), 실업·미취업 등 직장문제(18.5%)를 가장 많이 꼽고 있어 이런 조사 결과와 상반된다”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2017년 저점을 찍은 자살률이 2018년 반등하는 양상과 같은 기간 노동시장 내 비정규직 비율과 시간제 근로 비율의 증가가 정(+)의 관계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사망원인 통계와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함께 살펴보면 20~24세 비정규직 비율과 시간제 비율이 2017년 각각 44.79%와 28.91%에서 2021년 58.77%와 40.67%로 오를 때 20~24세 여성 자살률은 9.5명에서 18.9명으로 동반 증가했다. 같은 양상은 25~39세 여성에서 일관되게 관측된다. 반면 실업률은 자살률 추이와 일치하지 않았다. 20~24세 여성을 기준으로 같은 기간 실업률은 10.02%에서 7.72%로 하락했다.

여성 차별적 노동시장에 코로나19 직격

실업률과 자살률이 정(+)의 관계가 아니라는 점은 또 다른 함의를 갖는다. 노동시장 참여에서 배제된 청년여성의 자살이다. 이 교수는 “2017년 이전 청년여성 니트(NEET·학업이나 일,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무직자) 비율 증가와 자살률 관계는 일관되지만 2018년부터 정(+)의 관계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20~24세 여성을 기준 니트1(실업자,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진학준비·심신장애·쉬었음·기타)과 니트2(실업자, 비경활인구 중 쉬었음)의 2017년 비율은 각각 15.89%와 9.92%로, 2020년 각각 17.92%와 10.47%로 증가했다가 2021년 16.94%와 8.51%로 하락했다. 자살률 역시 2017년 9.5명에서 2020년 19.3%까지 치솟았다가 2021년 18.9%로 소폭 하락했다. 다른 나이대 역시 그래프가 유사하다. 이 교수는 “많은 청년여성이 실업을 경험하거나 비정규직·시간제 노동으로 흡수됐는데 여성 일자리의 주변화가 심화된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채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더 많은 청년여성이 고용의 양과 질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런 절망은 청년여성 자살률 증가를 설명하는 주요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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