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전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원청 대표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LDS산업개발이 홈페이지에 사고가 발생한 공사를 실적으로 공지해 놓았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하청노동자가 사망한 사고로 처음 기소된 원청업체 대표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전국 2번째 기소이자 14번째 선고다. 원청 대표와 법인에 벌금형 처벌 전력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또다시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비판이 인다. 선고된 사건 14건 중 실형은 2호 선고(한국제강 대표 징역 1년 확정)가 유일하다.

‘하청노동자 추락사’ 2호 기소 재판만 1년4개월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4단독(김수영 판사)은 7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LDS산업개발 대표 김인선(65)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원청 법인에는 벌금 8천만원이 선고됐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와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된 원청 현장소장은 징역 5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청업체인 IS중공업 현장소장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하청 법인에는 벌금 1천500만원이 선고됐다.

2022년 10월 검찰이 기소한 지 1심 결론만 1년4개월이 걸렸다. 이번 선고는 하청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책임을 물을 수 없었던 원청 대표가 기소된 첫 사례라 이목을 끌었다. 경북 경산시의 건설사인 LDS산업개발은 성림첨단산업으로부터 공장 신축공사를 하도급받아 이중 철공공사를 다시 IS중공업에 맡겼다. LDS산업개발의 당시 상시근로자 수는 21명이지만, 공사금액이 78억원이라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됐다.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약 두 달 만인 2022년 3월29일 발생했다. 하청노동자 A(사망 당시 54세)씨는 이날 오전 7시30분께 고소작업대를 타고 약 11미터 높이의 철골보(철근골조)에 올랐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당시 고소작업대는 출입문이 닫히지 않도록 철사로 고정한 상태였다. 작업자들이 고소작업대를 임의로 벗어날 수 없도록 현장책임자들이 관리·감독하지 않은 것이다. A씨는 볼트 조임 작업을 하던 중 외부 계단으로 건너가 준비물을 놓아두고 고소작업대로 다시 넘어오던 중 추락해 숨졌다. 원·하청은 사전조사를 하지 않고 작업계획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피해자 과실’ 주장에 법원 “원·하청 잘못”

검찰은 원청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상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 방침 마련(4조1호)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4조3호) △안전보건 관리책임자 업무수행 평가 기준 마련(4조5호) △하도급 업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 능력 평가기준 마련(4조9호) 등 4가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원청 대표측은 고인이 현장소장의 작업지시를 위반해 ‘피해자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안전대와 작업계획서만 마련됐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판사는 “피해자 작업 내용에 볼트 체결 작업이 포함돼 있었음을 배제할 수 없어 사고가 피해자의 전적인 과실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들에게 재해예방을 위한 조치를 적절하게 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거나 고소작업대를 고정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조치를 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청 대표 3번·법인 4번
산안법 위반했어도 실형 피해

하지만 원·하청이 산재사고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는데도 형량을 대폭 낮췄다. 원청 대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로 세 차례 벌금형을 받았고, 법인도 네 번이나 처벌받은 바 있다. 하청 법인 역시 사망사고를 포함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로 세 차례 벌금형을 받았다. 김 판사는 “책임을 모두 피고인들에게만 돌리는 것은 다소 가혹하다”고 밝혔다. 작업자들이 편의를 위해 고소작업대의 출입문을 임의로 고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원청 매출과 규모가 하청보다 적어 중대재해처벌법을 원청에만 적용하는 것이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유족에 합의금 7억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점도 유리한 양형요소로 고려했다.

원청 현장소장의 형량이 하청 현장소장보다 낮은 점은 눈여겨볼 지점이다. 기업에서 안전보건 관계 법령 자문을 담당하는 정인태 사내변호사는 “원청이 오히려 영세한 점을 원청 현장소장의 형량에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법원은 피해자 과실이 있기 때문에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과 사망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원청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고 지적했다. 엄격하게 자연과학적 인과관계를 따지기 보다는 재해의 특성에 따라 폭넓게 볼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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