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희 공인노무사 (금속노조 법률원)
박현희 공인노무사 (금속노조 법률원)

사건 : 중앙 2023부노4 한국지엠 주식회사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신청

이 사건은 한국지엠 부평과 창원공장의 자동차 생산공정에서 짧게는 10년 이상 길게는 25년 이상 일하다가 불법파견 소송 취하 및 부제소합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 실업자가 된 비정규 하청노동자들의 이야기이다.

사건 개요

한국지엠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제기한 불법파견 집단소송이 하급심에서 전부 승소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한국지엠은 ‘불확실한 사법적인 리스크를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노조와 정규직 전환 특별교섭을 하다가 이견이 확인되자, 일방적으로 일부 직접생산공정을 인소싱하는 발탁채용을 강행하면서, 그 조건으로 불법파견 소송의 취하 및 부제소 합의서를 요구했다. 그러나 교섭 중 한국지엠측의 일방적 결정에 항의하며 조합원 일부는 노조 지침에 따라 소 취하 요구에 불응했다. 한국지엠은 이들이 소속된 사내협력업체와 도급계약을 종료시키고, 공정에 다른 작업자를 배치하고 근로자들의 노무제공을 거절해 결국 근로자들은 실업상태에 빠지게 됐다.

근로자들은 원청 한국지엠을 상대로 불이익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는데, 지노위는 한국지엠 원청이 근로자들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 판정했고, 중노위는 한국지엠 원청이 근로자들에 대한 노조법상 불이익 취급과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주체인 사용자에 모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비조합원들에게도 동일한 발탁채용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에 부당노동행위의 의사를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기각했다. 현재 행정소송 진행 중이다.

판정 요지

중노위 판정에서 주목해볼 부분은 한국지엠이 하청노동자들과의 관계에서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특히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뿐만 아니라,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서도 원청이 구제명령을 이행할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다.

우선 중노위는 이 사건에서 신청인 중 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고용간주 규정이 적용된 자들에 대해는 파견기간 2년 초과시점에 곧바로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하므로 한국지엠이 사용자라 판단했다. 개정 파견법에 의해 고용의무 규정이 적용되는 신청인에 대해는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한국지엠의 자동차생산공정은 컨베이어벨트를 통한 연속공정이고, 원청이 결정한 작업량, 작업시간, 작업속도 등에 따라 작업이 이루어지며,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인적사항을 원청의 인사관리 시스템에 등록해 관리한 사실 등을 통해 한국지엠은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근로조건 등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서,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 주체인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나아가 한국지엠이 원청으로서 부분적으로나마 4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근로조건 등 일정 부분에 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위에 있으므로 노조법 81조1항1호에서 금지하는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 구제명령의 대상자인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①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유형 중 불이익 취급은 원칙적으로 고용주를 대상으로 하나, 이외의 사업자라고 해도 고용주로부터 근로자를 파견받아 자기의 업무에 종사시키고 그 근로자의 기본적인 근로조건에 관해 부분적이지만 고용주와 같이 볼 수 있을 정도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 그 한도에서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며, 불이익 취급과 지배·개입의 사용자 개념을 달리 해석할 이유가 없다는 점, ② 종래 대법원이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사용자만이 불이익 취급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본 주된 논거는 ‘원청이 근로자가 구하는 구제명령(원직복직 및 소급임금지급명령)을 이행할 수 있는 법률적·사실적 권한·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므로, 반대해석상 권한이나 능력이 있는 경우라면 원청이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 사용자로 볼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한 점, ③ 부당노동행위가 되는 불이익은 법률상 행위에 한정하지 않고 사실상 행위(가령, 사용자가 비조합원들의 채무만 대신 변제해 준 경우)를 포함하고 있으며, 원청을 피신청인으로 하는 것이 구제명령의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며,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사실행위 내지 불법행위로 이뤄진 경우 행위 자체를 취소 내지 원상회복하기 곤란함과 장래에 계속 반복될 가능성에 비춰 보면 부작위의 명령이 적절한 구제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럴 경우 ‘법적 당사자’라는 것은 큰 의미가 없고 오히려 사용자의 범주에 속하는 현실적 당사자를 직접 규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판정 평가

중노위는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도 원청이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정해 고용주만이 불이익 취급 구제명령의 이행주체인 사용자로 보던 법리를 새로이 해석했다. 원청의 실질적인 영향력 하에서 사실상 근로조건을 지배받는 간접고용관계 특성상 고용의 유지와 변경이 원청의 사실행위나 법률행위로 발생할 수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 경우 지배력을 미치는 한도 내에서 불이익 취급 부당노동행위의 사용자로 원청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판정이다.

다만 이 사건에서 중노위는 결국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을 부인했다. 그 이유는 조합원과 마찬가지로 비조합원에게도 소 취하 및 부제소합의라는 동일한 발탁채용 조건을 제시했다는 것인데, 이는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지난 10여년간 불법파견 문제를 노동조합의 핵심 사업으로 삼고, 집단소송의 제기, 관련 사내외 집회나 홍보 등 적극적인 조합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다. 이 사건에서 신청인 근로자들은 금속노조 소속으로 불법파견 집단소송을 (개인적 권리구제 차원을 넘어) 노조활동으로 했고(조합가입 조건에 불법파견 집단소송이 있었다), 그 기간이 10여년에 이르고, 하급심에서 모두 승소해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황이었다. 이런 집단소송의 승소를 목도한 일부 비조합원들이 개인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으나 이들의 경우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국지엠의 불법파견 문제는 금속노조 소속 비정규직지회의 활동으로 현재 우리 사회와 법정에서 쟁점이 됐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으며, 이 때문에 한국지엠 회사도 금속노조와 비정규지회에 교섭을 요구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소 취하 조건의 발탁채용을 강행하면서 조합원을 분열시켜 금속노조 및 비정규지회를 극심한 혼란에 빠뜨린 한국지엠 원청의 행위는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봐야 마땅하다. 나아가 노조의 지침을 끝까지 고수해 발탁채용에 응하지 않은 근로자들이 입은 실직이라는 불이익은 노조법이 금지하는 조합활동으로 인한 불이익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추정하는 과정에서 표면적인 동일 기준이 아니라 노조활동이 얼마나 위축했는지 등 사용자 행위가 미친 노조활동에 대한 실질적 영향에 주목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합원과 비조합원에 대한 표면적인 동일 조건만을 이유로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부정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판단이다.

한국지엠은 발탁채용으로 근로자들이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승소하면 지급했어야 할 수백억 원의 차별임금 비용을 소취하로 절감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었고 불법파견 문제를 강경히 제기하던 조합원들을 실직 상태로 회사 밖으로 몰아내 유무형의 이익을 얻었다. 한국지엠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행한 권리(소송)를 포기하던지 생계를 포기(실직)하던지 하나를 선택하라는 강요는 폭력적일 뿐 아니라 파견법을 잠탈하는 불순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용인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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