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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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일을 하고도 받지 못한 임금체불액이 지난해 1조7천800억원대에 이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법치주의를 앞세워 노조 때리기에는 힘을 쏟으면서 정작 일하는 사람의 밥줄인 체불임금 문제에는 무능력하다는 비판이 정부를 향하고 있다.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아 25일 공개한 지난해 임금체불 총액은 1조7천845억3천만원으로 나타났다. 임금체불액은 2019년 1조7천217억원으로 기록한 이후 2022년까지 3년 연속 감소를 이어갔다. 2022년에는 1조3천472억원으로 줄었는데 지난해 4천373억원(24.5%)나 증가하며 역진했다. 윤석열 정권의 경제·노동정책 영향을 고스란히 반영한 결과라는 게 노동계 평가다.

정부가 이런 사태를 몰랐던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 5월3일 정부·여당은 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한 감독·수사를 강화하고 신용 제재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상습체불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금체불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하지만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상습체불 근절대책을 발표하면서 “형사처벌이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는 데다 벌금액도 체불액의 30% 미만인 경우가 77.6%나 될 정도로 매우 낮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노동자에 임금을 주지 않는 것이 사업주에게 더 유리한 실정이라 볼 수 있다.

지난해 5월 “상습 임금체불은 중독성이 강한 마약 같은 것”이라며 체불사업주를 비판한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불과 4개월 뒤인 9월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근절대책 발표 이후에도 체불액이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5월 한 달 동안 발생한 체불액은 1천417억9천만원이었는데 6월 1천454억8천만원, 7월 1천520억6천만원, 8월 1천658억9천만원으로 지속 증가했다. 노동부와 법무부는 지난해 함께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노동부는 임금체불 근절 기획감독을 하고, 검찰은 검찰청에 체불사건 전문조정팀을 집중 운영하겠다고 대책을 추가했다.

정부 대책은 지난해 임금체불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점에서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마약’ ‘엄벌’과 같은 겁박만으로는 임금을 체불할수록 경제적으로 더 이득인 현실을 바꾸기 역부족이었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합의를 종용하게 하는 반의사 불벌죄를 폐지하고, 강력한 경제적 제재를 체불사업주에게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노동부는 노조 회계장부 열람, 노조 회계공시,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 기획 감독 등 노조 때리기에 헛심 쓸 것이 아니라 노동자 권익 보호라는 가장 기본적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며 “정부의 약한 처벌을 비웃고 상습적이고 악의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사업주를 제재하기 위한 더욱 강도 높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노동자들이 유일하게 힘을 낼 수 있는 노조를 조폭이니 카르텔이니 매도하면서 정작 진짜 조직폭력배처럼 돈을 뜯고 카르텔로 보호받는 악덕 사용주에 대한 처벌만은 미약하다”며 “반의사 불벌죄를 폐지하고 체불 사업주에 부과금을 물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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