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희 변호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서울행정법원 2024. 1. 12. 선고 2022구합67661 판결

1. 사건 경과 및 철도공사의 주장

한국철도공사 노사는 필수유지업무 제도가 시행된 2008년 당시 필수유지업무 결정유지·운영 수준 등의 관한 결정을 받았다. 해당 지방노동위원회 결정에서는 철도 및 도시철도 사업이 최소 서비스 사업에 해당한다면서 이동권이 보장되는 열차의 운행수준(운행률)을 먼저 정하고(60% 전후, 통근형 일반열차 및 광역철도의 경우 출근시간대 100%, 퇴근시간대 80%), 이러한 운행이 가능한 인원이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해 대상직무별 유지·운영수준 및 필요인원을 산출했다(대상직무에 따라 70% 전후, 일부 업무의 경우 100%의 인원으로 유지·운영 수준을 결정). 철도공사는 열차 내 승무원도 필수유지업무 대상으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했으나, 지방노동위원회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의 필수유지업무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이 부분은 기각됐다.

위 결정에 대해 노사 모두 불복해 재심 신청을 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모두 기각했다. 사용자측의 불복으로 행정소송 2심까지 진행됐으나 기각돼 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 취지대로 확정됐다.

이후 조직개편, 인원증감 등에 따라 노사협의를 통해 세부적인 내용은 변경됐으나 위 결정의 전체적인 틀은 철도공사 사업장에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철도노조는 쟁의행위 돌입시 위 필수유지업무 결정 및 그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노사협의 결과에 따라 정해진 필수유지 인원을 제외하고 파업 등을 진행해 왔다.

철도공사는 위와 같이 결정된 필수유지업무 대상직무를 확대시키고자 몇 차례 협의를 시도하다 2020년 다시 노동위원회에 필수유지업무 유지·운영 수준 결정을 신청했다. 철도공사는 이후 다른 부분은 취하하고 열차승무업무를 필수유지업무로 지정해 달라는 신청을 유지했다(여기서 열차승무업무는 철도공사가 직고용하고 있는 열차승무원의 업무를 말하는데, KTX의 경우 열차팀장, 새마을호 등 일반열차의 경우 여객전무, 수도권 전동열차의 경우 전철차장이 열차승무원의 직제에 포함된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선행사건에서 이미 열차승무업무가 필수유지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고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설시했다. 철도공사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결정에 불복하면서, ① 열차승무업무는 노조법 시행령에 필수유지업무로 명시된 운전 업무, 관제 업무의 성격도 가지고 있으며, ② 선행 사건 이후 열차승무원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이루어졌고 전철차장은 부수적인 운전 업무에 해당하는 승강장 안전문 취급 업무를 추가로 담당하게 됐으며, ③ 열차승무업무를 필수유지업무에서 제외할 경우 공중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을 근거로 주장했다. ④ 서울메트로의 전철차장 및 부산교통공사의 안전운행요원이 철도공사의 열차승무원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필수유지업무를 인한 인원으로 인정받았다는 점 등도 강조했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법원은 철도공사의 청구를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기각했다.

1) 필수유지업무를 규정하는 노조법 42조의2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22조의 2 [별표 1]에는 운전업무, 관제업무 등과 달리 열차승무업무가 명시적으로 포함돼 있지 않다.

2) 열차승무원의 업무 중 필수유지업무와 가까운 성격의 업무가 포함돼 있더라도 이미 필수유지업무에 대해 대상직무별 필요최소한의 유지·운영수준(%), 필요인원 등이 정해진 이상 기존의 필요인원 및 운영수준만으로도 정상적인 열차운행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충족된다.

3) 철도공사 운전취급규정에 따르면 기관사, 부기관사, 열차승무원을 탑승시켜야 하나 철도운영상 필요한 경우 기관사를 제외한 승무원을 생략할 수 있다.

4) 열차승무원의 의무와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령이 개정되고 전철차장이 승강장 안전문 취급업무를 추가로 담당하게 됐다고 하나, 선행 판결과 달리 열차승무원을 필수유지업무 담당 인원에 포함시켜야 할 정도의 중대한 사정변경은 아니다.

5) 서울메트로의 경우 철도공사와 달리 부기관사를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이고, 부산교통공사의 경우 인정된 업무가 안전운행요원이 수행하는 첫 열차 수동운전과 비상운전업무로서 철도공사의 열차승무원의 업무와 차이가 있다.

3. 대상판결의 의의와 한계

필수유지업무 제도는 필수공익사업에서 쟁의행위시에도 유지해야 할 필수유지업무에 대한 협정을 노사간 자율적으로 체결하도록 하고(노조법 42조의3), 미체결시 노동위원회에 결정 신청을 하고(노조법 42조의4), 쟁의행위시 필수유지업무협정 또는 노동위원회의 필수유지업무 유지·운영 수준 등의 결정에 따라 필수유지업무를 유지·운영하도록 하는 제도이다(노조법 42조의2 2항, 42조의5).

종전 노조법에서는 필수공익사업에서 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결정으로 모든 조합원의 쟁의행위를 금지할 수 있는 직권중재제도를 두고 있었는데, 노동권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있다는 비판이 국내외적으로 지속 제기됨에 따라 이를 폐지하고 대체하는 제도로서 도입됐다. 필수공익사업에서 쟁의행위를 완전히 금지시키는 제도와 비교하자면 나아졌다고 할 수 있으나, 필수유지업무 유지·운영수준이 높게 결정되고 파업참가자의 50%까지 대체인력 투입도 가능하기 때문에 필수공익사업장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무력화시키는 제도로서 여전히 비판을 받고 있다.

철도공사는 종전의 필수유지업무 결정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필수유지업무의 유지·운영 수준을 정하고 있음에도, 열차승무업무도 필수유지업무에 포함시켜 달라는 주장을 했다. 이는 현행 노조법 시행령상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주장이다. 노조법 시행령은 한정적 열거 방식으로 필수공익사업별 필수유지업무를 규정하고 있고, 승무 업무는 철도사업과 도시철도사업의 필수유지업무로 열거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철도공사는 열차승무원의 업무에 필수유지업무로 명시돼 있는 운전 업무, 관제 업무의 성격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필수유지업무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경우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행동권을 크게 제약받는 이상, 이러한 확장해석은 허용될 수 없을 것이다. 대상판결은 그러한 원칙에서 필수유지업무와 가까운 성격의 업무라고 하더라도 필수유지업무가 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필수유지업무 제도와 같이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제도를 해석하는데 현재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고 있는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협약을 법원(法源)으로서 적극적으로 인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덧붙이고자 한다.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철도사업은 일정한 업무의 중단이 국민 전체 또는 일부의 생명·신체적 안전이나 건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경우로서 파업권의 제한이나 금지가 가능하다고 보는 필수서비스(essential service)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다만 중요한 공공서비스에 해당해 파업시 최소서비스(minimum service)가 설정될 수는 있다고 보지만, 이러한 최소서비스의 범위가 파업을 무력화시키지 않도록 보장하면서 해당 서비스의 최소한 요구 또는 국민의 기본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운영으로 한정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우리나라에 대해 이러한 원칙을 보장할 것을 여러 차례 권고한 바도 있다.

그런데 철도공사 사업장에 대해 이루어진 필수유지업무 결정을 보면 그 유지율이 70% 내외, 일부 업무의 경우 100%에 달하기도 해 엄격한 의미의 필수서비스에서만 가능한 파업권의 금지에 가까운 정도다. 노조법에 의한 필수유지업무의 설정을 ILO가 말하는 최소서비스의 설정으로 본다고 할지라도, 쟁의행위의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엄격하게 살펴 한정된 범위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이러한 점이 열차승무업무가 필수유지업무로 추가 지정될 수 없다는 판단의 근거로 설시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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