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력연맹

전력망 확충 사업에 민간 참여 범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여당에서 발의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민간 개방시 비용과 사회적 갈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력연맹은 2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성환·김회재 의원실, 참여연대·녹색연합·에너지정의행동과 공동주최로 ‘국가 전력망 민영화 문제와 대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재생에너지 확대 추세에서 전력망 확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성학 한국전력공사 건설혁신실장은 “지난 30년간 최대 수요가 377%, 발전 설비가 535% 증가할 때 송전 설비는 153%밖에 증가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특히 안정적 공급이 보장되지 않은 재생에너지로 전력원이 대체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전력망 건설은 필수라는 지적이다. 이 실장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대응하려면 기존 에너지원보다 더 많은 전력망을 확보해야 한다”며 “향후 30년간 지난 60년 동안 구축한 전력망의 2배 수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력망 확충 사업을 민간에도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김성원 의원을 포함해 국민의힘 의원 10명이 발의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해당 법안 핵심은 송전망 건설사업에 민간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송전사업자(한전)’ 외에도 송배전 사업을 허용해 한전의 독점 체제를 무너뜨렸다. 이 실장은 “전력망 확충 사업의 핵심은 속도”라며 “빠르게 많이 짓는 것이 탄소중립 시대로 가기 위한 과제”라고 말했다.

전력 민영화라는 반발이 거세다. 김동철 한전 사장이 지난 2일 신년사에서 민영화된 해외 전력사를 언급하며 “우리도 달라져야 한다”고 발언한 이후 민영화 논란은 더 커진 상황이다.

정세은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은 “정부·여당과 한전은 송전망 설비가 최종적으로 한전에 귀속되니 괜찮다고 한다”며 “하지만 수익형(BTO)이든 임대형(BTL)이든 민자사업으로 진행되면 한전은 소유권과 운영권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가격 결정 능력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간 사업자 체제에서 주민과 갈등은 더 증폭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밀양송전탑 사태를 경험하지 않았나. 이젠 민간건설사가 지역주민들과 충돌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지금도 지역주민들에 대한 보상 체계를 공개하지 않는데 민간 사업자 아래에선 아예 문제제기조차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효율적인 전력망 사용이 우선돼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은 동의했다. 장길수 고려대 교수(전기전자공학부)는 “좁은 국토에서 전력망은 이미 포화 상태”라며 “전력계통 신뢰도를 유지해 정전을 막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지만 가정집에서도 삼성전자와 같은 고품질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운영 방법을 달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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