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부일반노조

추계예술대학교가 수강생 모집 저조 등을 이유로 글로벌문화예술교육원(현재 폐원) 전임교수와의 계약을 해지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업 폐지를 위해 행하는 통상해고로 볼 수 없고, 긴박한 경영상 이유로 인한 해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학령인구 감소와 경영악화를 이유로 한 교육현장 감원 사건에서 부당해고 여부를 판단하는 이정표가 되는 판결이 될 전망이다.

문화교육원 전임교수 전원 해고, 노동위 이어 행정소송에서도 ‘부당해고’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는 학교법인 추계학원이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중노위의 부당해고 판정이 정당하다는 취지다.

교육원은 실용음악계열을 모태로 교회음악·실용무용·순수무용 같은 실용예술 전문가를 양성하는 학점은행제 교육훈련기관이다. 84학점 이상을 획득하면 추계예술대 총장 명의의 4년제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2월 폐원했다.

교육원은 2021년 12월21일 전임교수 7명 전원에게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원 수강생 모집 저조와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인해 교육원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2022년 2월 말 이후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본지 2022년 1월13일자 8면 “추계예대 문화예술교육원 전임교수 ‘전원 해고’ 논란” 참조>

전임교수들은 해고 통보 이전에도 고통을 분담했다. 중부일반노조 추계예술대지부에 따르면 전임교수 7명 모두는 교육원 경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수년간 매월 임금의 10~20%를 대학발전기금으로 냈다. 2021년에는 전원 무급휴직을 한 상태에서 시간강사에 준하는 대우를 받으며 일했다. 전임교수들은 해고 통보 이후 교육원 폐지를 이유로 한 해고는 경영악화 책임을 교수와 학생들에게 전가하는 행태라 반발하며 해고 철회를 요구했다. 교육원이 끝내 해고를 단행하자 전임교수 7명 모두는 2022년 3월 서울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학교법인 추계학원은 서울지노위에 이어 중앙노동위가 경영상 해고로서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부당해고라 판정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추계학원은 재판 과정에서 교육원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이고, 교육원 폐원에 따른 근로관계 종료는 통상해고 요건에 해당해 정당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임교수들과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어 왔기 때문에 계약해지 통보는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입장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통상해고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추계학원 입장에서 교육원 폐원은 사업 축소에 해당하는 것이지 사업 전체의 폐지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로 인한 해고라고도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해고회피 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른 해고대상자 선정, 근로자대표와의 성실한 협의 등의 요건을 모두 갖추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고 정당하다는 대학측 주장 모두 배척

전임교수가 기간제 비정규직이고, 그래서 계약해지 통보는 근로관계 갱신을 거절한 것이어서 정당하다는 대학측 주장은 배척됐다. 7명의 전임교수는 해고 당시(2022년 2월)를 기준으로 최소 4년7개월, 최장 6년을 일해 왔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법 시행령에 따르면 고등교육법상 강사는 2년 이상 기간제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해당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해당 전임교수는 교육원 인사규정에 따라 임용계약을 체결해 고등교육법 적용을 받는 강사가 아니다. 재판부는 “근속기간이 2년을 초과함에도 기간제 근로자로서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더라도 참가인(전임교수 7명)들은 매년 1년 단위로 새롭게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근로계약을 갱신해 왔다”며 “참가인들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갱신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고, 추계학원측은 이런 갱신기대권을 배제할 만한 합리적 이유 없이 해고했기 때문에 부당해고라는 의미다.

소송 당사자는 학교현장에서 벌어지는 유사 해고 사건에서 이정표가 되는 판결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고 당사자인 정진 지부 부지부장은 “자존심을 지키고 명예를 회복하기 바라는 마음, 부당해고의 부당함을 판결로 확인받고자 하는 생각으로 노동위원회와 행정소송 기간 2년을 버텼다”며 “학생 감소를 이유로 교수·강사 축소가 이뤄지는 교육 현장에서 우리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원은 지난해 2월 폐원했다. 전임교수 7명은 행정소송에서 승소했지만 당장 돌아갈 일터가 없다. 지부는 전환배치 등 복직과 관련한 교섭을 조만간 추계학원측에 요구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