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진베어링 공장 전경. <네이버지도 갈무리>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 인정 법리가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현대제철 노동자 2천여명이 통상임금 1차 집단소송에서 이긴데 이어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일진베어링 노동자들도 유사한 쟁점으로 승소했다. 2013년 12월 이른바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소송’ 이후 정기상여금과 수당의 정기성·일률성·고정성(통상임금 요건)이 인정되는 경향이다.

7차례 선고 연기 끝에 청구 대부분 인용

1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김도균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노동자 A씨 등 6명이 일진베어링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소송이 제기된 지 약 4년4개월 만이다. 1심이 확정되면 사측은 1인당 지연이자를 포함해 약 6천300만원(총액 3억8천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소송의 발단은 회사가 정기상여금·특별상여금·위험수당·위생수당·임금보전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고 법정수당을 지급하면서 비롯됐다.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 따르면 750%의 상여금을 월별(2·4·8·10월 100%, 9월 50%, 12월 150%)로 나눠 지급하도록 했다. 노동자들은 2016년 8월부터 2019년 7월까지 3년치 미지급 임금을 달라며 2019년 9월 소송을 냈다. 애초 190명이 소송에 참여했으나 중간에 노조가 임금개편 체계를 합의하면서 조합원 대부분이 소를 취하해 6명만 남았다.

1심 결론은 10여 차례의 변론에 이어 7차례나 선고가 연기된 끝에 나왔다. 재판부는 노동자들의 청구를 대부분 인용했다. 먼저 정기상여금에 관해 “정기상여금은 기본급과 동일한 성격의 임금, 즉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고 지급기간이 수개월 단위인 경우에도 근로의 대가를 수개월간 누적해 후불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재직자 조건’도 부정하며 퇴직자들도 정기상여금 지급대상으로 판단했다.

설·추석·하기휴가에 40만원씩 지급하는 ‘특별상여금’도 통상임금성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특별상여금의 경우 임의의 근로 제공일에 지급여부와 지급액 등 청구권의 발생 여부가 이미 확정돼 있으므로 고정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매달 1만원의 위생수당과 위험수당도 통상임금으로 해석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2018년 7월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하며 기존 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지급한 ‘임금보전수당’도 통상임금이라고 인정했다. 노사가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했더라도 기존 임금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지급한 것이라 소정근로의 대가라고 봤다.

법원 “상여금 포함한 금액 토대로 수당 재산정”

재판부는 이를 전제로 법정수당 계산에서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제외한 단체협약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상여금 등으로 포함한 금액을 토대로 수당을 재산정해 차액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사측은 주차수당과 연차수당은 법정수당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모두 배척했다. 시간당 통상임금을 산정할 때 기준시간에 소정 근로시간 외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매주 주말 각 8시간)이 포함되므로, 월 급여에는 휴토수당과 주차수당을 포함해야 함을 분명히 했다.

또 미지급 수당을 산정할 때 ‘야간근무시 휴게시간 1시간’ 역시 근로시간에 넣어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전 5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근로를 1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해 온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오전 5시~오전 5시30분은 충분히 휴식을 취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라며 “회사 주장만으로는 급여명세서상 인정된 근로시간(1시간)을 뒤집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노동자들을 대리한 권영국 변호사(법무법인 두율)는 “노조 집행부가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명목으로 합의해 조합원들에게 소송을 취하하도록 했다”며 “소취하를 하지 않은 원고들은 청구기간 이후 남은 기간에 대해서도 추가로 더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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