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선사 HMM(옛 현대상선)을 인수하는 데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해운업계에서 우려가 쏟아졌다. 하림그룹의 인수자금 조달 계획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HMM 매각시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무산될 뿐 아니라 해운산업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HMM해원연합노조(위원장 전정근)와 사무금융노조 HMM지부(지부장 이기호)는 11일 오후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HMM 매각, 이대로 괜찮은가’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가장 큰 문제는 하림그룹의 자금력이다. 매각 대상인 HMM 지분 약 57.9%에 대한 거래 금액은 6조4천억원 수준이다. 하림그룹은 계열사 팬오션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인데, 팬오션 보유 현금은 4천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팬오션 유상증자와 인수금융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기호 위원장은 “하림지주 계열사 21곳의 총 장부가격은 2조3천억원이고, 가장 규모가 큰 계열사가 팬오션으로 7천500억원”이라며 “장부가격 1천억원 이상인 계열사가 5곳밖에 없는 그룹이 자산 26조원의 초우량 국민 기업을 매입하는 게 정상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심지어 자기자본 조달비율은 30%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팬오션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컸다. 하림그룹은 3조원 규모의 팬오션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시중에 유통 중인 주식수보다 더 많은 신주를 발행해야 해 주식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하림그룹이 6조4천억원을 마련한다는 건 가상 시나리오”라며 “하림그룹은 해운산업 경영능력을 검증받은 적도 없다. 팬오션의 최근 영업이익 증가는 팬데믹 이벤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10조원에 달하는 HMM 유보금이 해운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투자되지 않고 하림그룹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는 의심이 제기된다. 이재민 해양금융종합센터 소장은 “해운업은 패러다임 전환기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탈탄소화에 대처하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며 “글로벌사들과 비교하면 HMM 유보금은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HMM 매각 일정을 서둘러선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한진해운 매각 과정에 참여했던 박인호 부산항발전협의회 대표는 “한진해운 사태를 교훈 삼아야 한다”며 “매각 시기를 6개월 연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정근 위원장은 “매각 과정을 중단하고 자금조달 계획을 공개 검증해야 한다”며 “산업은행 등은 영구채 처분 계획을 밝혀 지배구조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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