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현대삼호중공업 정문 앞에서 피켓시위를 할 때 ‘형이 억울하게 죽었다’ 이런 것보다 자전거 타고 들어가시는 분들을 보면서 ‘오늘 죽지 말고 살아 돌아오세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의 가족이고, 아빠이고 그럴 텐데. 일하다가 죽지 않았으면,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난달 20일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일하다 숨진 정아무개(48)씨의 동생은 9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조는 고인의 죽음을 아르곤가스 누출에 따른 질식사로 추정하고 있다. 원·하청업체가 진상조사에 적극 협조하기로 하면서 고인이 사망한 지 18일 만인 지난 7일 장례가 치러졌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와 동생 정씨에 따르면 원청 현대삼호중공업과 사내하청업체 HJ마린테크와 유족이 지난 5일 사고 진상조사에 적극 협조하기로 합의했다. 사망 직후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던 원청이 지난 2일 유족측에 연락을 한 뒤 수차례 논의를 거쳐 합의에 이르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원·하청 사업주는 진상조사에 노력하고 회사 과실로 발생한 부분에 대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합의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달 20일 현대삼호중공업 2도크 탱크 내부 작업장에서 배관 취부작업을 하던 정씨가 쓰러진 채 발견됐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지부는 정씨가 파이프 구조물 하부로 들어갔다가 아르곤가스 누출에 따른 산소결핍으로 기절한 뒤 질식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확한 사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를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지부는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과 안전보건진단을 실시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부는 “밀폐공간에 환기 팬을 설치하고 밀폐공간 작업자에게 산소측정감지기를 지급하는 조치부터 취해야 한다”며 “가스 누출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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