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울산방송 유튜브채널 갈무리

UBC울산방송이 법원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은 아나운서를 당사자 동의 없이 원래 하던 업무와 무관한 뉴스편집 업무에 최근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노동계에 따르면 UBC울산방송 아나운서 이산하(31)씨는 지난 5일 사내 메일을 통해 ‘업무 조정(변경)에 대한 통지’를 받았다. 업무내용을 ‘기상캐스터(아침뉴스 날씨)’에서 ‘편집요원’으로 바꾸고, 근무시간도 오전 5시~11시30분에서 오후 2시~8시30분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씨가 맡은 프로그램이 폐지된 데 따른 조치로 당사자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

이씨는 2015년 12월 울산방송에 입사해 라디오 진행자, 기상캐스터, 뉴스 앵커, 취재기자 등 업무를 수행하다 2021년 4월 해고됐다. 이씨는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받아들여졌다. 중앙노동위원회도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되는데 서면으로 해고 사유·시기 등을 통지하지 않아 부당해고에 해당된다고 본 것이다.

이씨의 설명을 종합하면 중노위 판정 이후 이씨는 울산방송에 복직했지만 단시간근무와 직무전환 등을 요구받아 이전처럼 일할 수 없었다. 하루 4시간 근무에 1년짜리 근로계약서를 제시하거나 아나운서·기상캐스터와는 전혀 다른 행정·CG 업무 등으로 직무전환을 요구하는 식이었다. 복직 이후 근무시간이 줄어들면서 임금도 삭감될 수밖에 없었다. 서울행정법원은 2022년 12월 사측이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이씨가 근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이후에도 사측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씨가 진행하던 라디오 뉴스와 날씨 방송은 각각 지난해 9월과 12월 폐지됐다.

이씨는 <매일노동뉴스>에 “편집요원으로 출근한 첫날인 8일 아무 일도 주지 않아 그냥 자리에 앉아 있었다”며 “(이전처럼) 방송업무를 계속하고 싶고, 차별 없이 일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김유경 공인노무사(노무법인 돌꽃)는 “본래 업무와 완전히 다른 업무내용을 변경할 때는 노동자의 동의가 필요한데 동의 없이 이뤄졌고, 근무시간 같은 근무조건 변경도 일방적으로 지시한 사정을 감안했을 때 부당전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씨뿐만 아니라 근로자성을 인정받았는데도 사측의 꼼수로 온전한 원직복직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남CBS는 중노위 판정 이후 해고된 아나운서를 정규직이 아닌 프리랜서로 복직시켰고, 광주MBC도 지노위와 지방고용노동청에서 근기법상 근로자로 판단한 아나운서의 근속연수를 인정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김유경 노무사는 “정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법적 절차를 거쳐 (어렵게) 권리를 인정받아도 또 다른 싸움을 이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기 어려운 점을 사측이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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