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고용노동부가 산재환자를 ‘나이롱’이라 부르며 증거도 없이 ‘카르텔’을 잡겠다고 산재보험 제도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노동안전보건 전문가들이 5차례 걸쳐 문제점을 짚는다. <편집자>

지난 20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누가 산재 카르텔을 구성하는 조직인지, 그런 집단이 산재보험의 공정한 운영과 판단에 어떤 저해요소가 있는지는 전혀 밝히지 못했다. 지난달 1일 감사 착수 보도자료에서 밝힌 ‘산재환자 대상 과도한 특별수가, 산재 카르텔 등 제도 운영상 문제점’이 무엇인지도 언급하지 못했다. 매년 있던 부정수급 사례를 언급하며 산재노동자들을 나이롱환자로 몰았다. 연도별 부정 수급액(△2019년 117억9천200만원 △2020년 64억3천만원 △2021년 29억6천100만원 △2022년 26억5천100만원)에 비해 이번 부정수급 적발액(60억3천100만원)이 과도한 것도 아니다. 2022년도 보험급여액(6조6천864억원)과 비춰봐도 극히 일부다. 뿐만 아니라 가입 규모가 비슷한 해외사례, 미국 캘리포니아주(산재보험 부정청구율 21.9%~27.4%, 보험금 누수액 추정금액 최소 9억3천300만달러, 2008년 기준, 보험연구원)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이번 노동부 발표는 ‘주 69시간제’ 도입을 추진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과오를 떠오르게 한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와 한국의 장시간 노동에 대한 실질적인 고찰과 반성 없이 대통령의 오판과 감정에 매몰돼 노조를 배제하고 나온 그 결과는 누구나 알 것이다. 지난달 13일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산재보험 부실화 의혹 관련 조 단위 혈세가 줄줄 세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했다. 하지만 노동부는 조 단위 혈세는커녕 매년 발표하던 부정수급 사례만 겨우 내놨다. 결국 대통령(실)의 잘못된 인식을 근거로 노동자를 배제한 구색 맞추기식 ‘전문가 TF’로 지난 과오를 그대로 답습할 것이다.

이정식 장관은 근골격계 질환 추정의 원칙 개정도 시사했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즉 근골격계 질환 추정의 원칙 대상사건은 2022년에 전체 근골격계 질환 1만2천491건 중 겨우 468건(3.74%)에 그친다. 처리기간도 평균 85일이나 걸려 실제 노동자들의 산재보상에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한국의 산재 신청건수는 가입자 규모가 비슷한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다. 2020년도 기준 프랑스는 업무상 질병 승인 건수가 5만4천45건으로 한국의 2배 이상 많고 2022년 기준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근골격계 질환 승인건수만 18만4천490건이다(California Department of Industrial Relations 누리집에서 2022년 ‘strain or Tear’로 분류 사건).

근로복지공단 2022년 자료에 따르면 근골격계 질환 108.2일, 뇌심혈관계 질환 113.8일, 정신질환 188.2일, 직업성 암 281일, 난청은 328일 등으로 업무상 질병 산재처리 소요기간은 증가 추세다. 앞으로 더 많은 질환이 산재가 될 수 있고, 이를 위한 처리 시스템 개선과 추정의 원칙 확대가 필요하다. 추정의 원칙은 행정규칙에 불과하지만 ‘규정 내용이 객관적 합리성을 결여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이를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대법원 2019. 1. 10. 선고 2017두43319 판결 참조)’하다. 법적 근거를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 공무원재해보상법 4조의2(공무원 재해의 인정 특례)와 같은 조문을 신설할 필요도 있다.

지금 산재보험의 공정한 판단을 위해 노동부가 개선할 것은 무엇보다 ‘공단의 행정소송 실질 패소율’과 법률적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재정립이다. 공단 실질 패소율이 2020년 33.4%, 2021년 31.8%, 2022년 34.4%인데도 여전히 공단(판정위원회)은 의학적 인과관계에 치중해 판단하고 있다. 또한 소음성난청 사건에서 70%가 넘는 패소율이 지속된 적도 있었다. 법원 판단을 일부 수용해서 인정 기준을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다시 예전 기준으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카르텔에 관련된 진실은 ‘언젠가 카르텔은 깨진다’라는 점이다. 산재보험에 있어 신속하고, 공정한 판정을 외면하는 조직이 카르텔이다. 그리고 반드시 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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