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한 금융노조 조합원들. <금융노조>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와 연계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우려가 가시화하면서 금융 노동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상품 판매 일선의 은행 노동자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조짐을 보이면서 정작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할 정부·경영진은 발을 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금융 노동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홍콩ELS 주요 판매사 12곳을 대상으로 대규모 분쟁 조정에 대비한 현장조사와 불완전판매 주요 유형 분류 작업에 들어갔다. 홍콩ELS 지수는 상품을 판매할 당시인 2021년과 비교해 최근 반토막 났다. 지난 8월 기준으로 20조5천억원가량이 판매됐는데, 내년 상반기에만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5조9천억원가량의 만기가 도래한다. 고객 예산 손실액은 2조~3조원으로 추정된다.

손실이 가시화하자 투자자들은 정부 당국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시위 등 행동에 나서고 있다. 상품을 판매한 은행직원을 대상으로 한 비난과 항의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고객 응대 과정에서 과도한 감정노동을 하고, 송사에 휘말리는 등 은행노동자 피해도 우려된다.

금융 노동계는 정부와 경영진 때문에 홍콩ELS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피해는 일선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노조와 시민사회에서는 고위험 상품의 은행창구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줄곧 요구해 왔지만 금융당국은 ELS 판매를 허용했고, 이자 장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각 회사는 투자상품 판매로 눈을 돌렸다”며 “경쟁 은행보다 비이자 부문에서 수익을 더 내야 한다면서 핵심성과지표(KPI)에 상품판매를 집어넣어 직원을 압박했던 것은 경영진”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노조는 산별·지부 노사 차원의 공동 TF를 구성해 직원 법률구조 대책과 인권보호 대책을 수립하자고 금융산업사용자협회에 제안했다. 협회측은 답을 주지 않고 있다. 노조는 “이번 사태는 정부의 규제완화, 감독당국의 늑장 대책, 경영진의 과도한 수익추구라는 금융산업의 고질병을 드러낸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은행을 과당경쟁으로 내모는 일을 중단하고, 경영진은 고위험상품에 대한 KPI 부여 중단 등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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