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선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박남선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지난 가을 서울교통공사노조가 받은 집회신고 부분금지통고 처분에 대한 총 3건의 집행정지 신청을 진행하며 세 명의 판사들을 만났다.

첫 번째 집행정지 사건에서 노조는 서울남대문경찰서에 대한문 앞 인도 및 하위 4개 차로에 오전 5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집회신고를 했고, 남대문경찰서는 신고 당일 오전 7시부터 오전 10시에 대해 집회금지 통고를 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2조에 따라 주요 도로에서 하는 집회이므로 출근 시간에 심각한 교통불편을 발생시킬 우려가 명백하다고 판단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집회가 최소한 오전 10시30분에는 시작돼야 했기 때문에, 법률원에서는 부랴부랴 집행정지 신청서를 준비해서 법원에 제출했다.

첫 번째로 만난 판사는 제출한 신청서가 무색할 정도로 심문 시작부터 “오전 7시와 10시의 중간인 8시30분부터 집회를 시작하는 게 어떻겠냐”고 질문했다. 집회의 자유의 가치, 이 사건 집회의 중요성과 같은 내용의 변론을 준비해 갔던 변호인들은 결국, “작년에도 동일한 장소에서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차가 많이 막히지 않았다”며 교통불편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해야 했다. 그렇게 오전 8시~10시까지 집회에 대한 금지처분 집행정지를 얻어 내긴 했지만, 찝찝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두 번째 집행정지 사건에서 노조는 서울경찰청에 동일한 장소에 오전 5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집회신고를 했고, 서울경찰청은 또다시 신고 당일 집시법 12조를 이유로 금지통고를 했다.

두 번째로 만난 판사는 “꼭 집회를 평일 이 시간에 해야 하는 것이냐”며 그 이유를 설명하라고 했다. 그리고 “집회를 정오에 시작해서 오후 1시30분에 끝내면, 오후 2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하는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집회 시작 시간과 맞춰서 끝나니까 더 좋은 게 아니냐”며 다른 두 노조 집회의 일정을 법원이 조정하려는 태도를 취했다.

경찰의 반복되는 집회금지 통고에 집회 계획을 세우는 것이 불안정해지자, 서울교통공사노조는 법원의 두 번째 집행정지 결정과 동일한 내용으로 집회 시작 시간을 오전 8시30분으로 하는 세 번째 집회신고를 했고, 심지어 남대문경찰서 담당경찰관들과 협의까지 완료했다. 그런데 다음날 남대문경찰서는 “서울경찰청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며 오전 8시30분~10시에 대해 또 다시 금지통고를 했다.

세 번째로 만난 판사는, 서면을 제대로 읽어 오지도 않은 듯 똑같이 왜 출근 시간대에 집회를 해야 하느냐“고 물었고, 첫 번째 결정과 같은 내용의 신고이며 담당경찰관과도 합의가 된 사항이라고 설명하자 그제서야 경찰측 소송대리인에게 왜 금지통고를 했냐고 물었다.

세 번의 집행정지 사건에서 만난 세 명의 판사 모두 경찰에게 왜 금지통고를 했는지 묻지 않고 노조에게 왜 꼭 집회를 해야 하는지 물었다. 세 번째 집회신고에 이르러서는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집회의 자유를 오히려 내려놓고 법원의 결정에 따랐는데도 여전히 “왜 평일 출근 시간에 집회를 해야 하냐”는 질문이 먼저였다. 법원에게는 집회가 보호의 대상이 아닌 통제의 대상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경찰이 오전 7시~10시 시간대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집회 금지통고를 한 것은 법이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다. 단지 윤희근 경찰청장이 ‘출근 시간대의 집회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산하 지방경찰청들은 별다른 고민 없이 그 지시에 따르고 있다. 심지어 경찰은 도로가 아닌 인도에서 진행하는 집회인데도 출근시간대라는 이유로 금지통고를 하고 있다. 행정청에서 마치 자신들이 입법자라도 된 듯, 집시법을 마음대로 해석해서 적용하고 있다. 그리고 법원도 그러한 경찰의 금지통고를 막지 않고, 오히려 집회를 통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 사람들에게 “왜 집회를 하느냐”고 되묻고 있다.

법치의 기본은 ‘상위법 우선의 원칙’이다. 하위법은 상위법의 위임한계 내에서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 우리 법질서는 헌법에서부터 비롯되고, 집시법은 그 하위법으로서 ‘필요한 경우에 한해’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 ‘필요’라는 것이 ‘불편’으로 치환돼 해석되고 있다. 법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정권이라지만, 헌법과 집시법 사이의 위아래만큼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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