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가현 노동활동가

보건복지부가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고립 상태에 있는 청년에 대한 정의는 연구마다 다르나,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는 고립 청년을 ‘도움을 구할 사람이 없는 정서적 고립 상태 또는 대면교류가 적거나 없는 물리적 고립 상태에 있는 청년’으로 정의한다. ‘2022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와 통계청 사회조사를 통해 분석된 위기 징후를 보인 청년 비율은 5%다. 전체 청년 규모에 적용하면 54만명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고립 상태에 놓인 청년의 문제를 방치할 경우 이들의 경제활동 포기로 인한 손실과 복지비용이 연간 약 7조원에 이른다고 본다. 정부는 청년들의 고립 상태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 4개 지역을 선정해 ‘청년미래센터(가칭)’를 만들 계획이다. 총 32명의 전담 인력을 배치한다. 사례관리사가 현장을 방문해 신청자 초기 상담을 하고, 신청자의 고립 정도와 욕구를 파악해 ‘자기회복 프로그램’, ‘사회관계 프로그램’ ‘공동생활 프로그램’ ‘일경험’과 같은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방치되고 있는 사회적 고립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인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청년허브의 ‘사회적 고립청년 적합 일자리 개발사업’ 결과를 정리하는 작업에 함께하며 생겼던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인다.

일경험과 인턴십에 참여한 청년들과 기업 대표들을 인터뷰하며 알게 된 건, ‘고립 청년’을 규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들이 자신을 고립 상태라고 생각하는 이유도 원인도 정도도 모두 달랐다. 고립과 벗어남, 재고립을 반복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상황과 심리는 파도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지 하나의 고립된 상태로 고정돼 있지 않다. 고립 청년이라고 명명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측면과 낙인찍기의 우려도 있다. ‘고립 청년’으로 명명하는 것이 사업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예산을 확보하는 것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겠지만, 우려에 대한 고민도 함께여야 한다.

이처럼 참여자의 상태와 상황은 계속 변화한다. 지원 사업도 이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 청년허브는 참여자를 주기적으로 면담했고, 필요한 경우에 참여 프로그램을 변경했다. 인터뷰로 만난 참여자들은 ‘면담을 통해 본인의 현재 상태에 더 적절한 프로그램을 찾을 수 있고 변경한 프로그램이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말했다. 프로그램 참여 중간에도 다른 프로그램으로 변경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고립 상태에서 머물지 않고 벗어나는 것을 지원사업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인터뷰에 참여한 청년들은 성장을 이야기했다. 고립에서 나아지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바라봐야 비슷한 프로그램을 반복하며 그 단계에 머무는 것을 지양할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수행한 ‘2023년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청년 중 80.8%가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길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일경험을 통해 일상을 회복하고 사회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계가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실태조사를 통해 드러난 고립·은둔 이유 1위는 취업 등 직업 관련 어려움(24.1%)이었다. 단순히 인건비만 지원받기 위한 목적으로 기업과 참여자가 참여하는 형식적 사업이 되지 않기 위해선 지원 사업 이후에도 참여자가 자립할 수 있도록 참여자의 성장과 취업에 초점을 맞춘 일경험이 편성돼야 한다. 지원 기관 담당자의 산업과 직무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뿌리 산업을 중심으로 참여 기업의 확대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청년이라는 특성 때문에 겪는 문제와 문제를 겪는 사람이 청년인 것은 구분해야 한다. 고립 상태의 청년이 있다는 사회문제가 청년이라는 특성으로 발생한 문제인지에 대해선 논의가 더 필요하다. 청년들의 고립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문제가 누적돼 향후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청년 문제로서의 특수성은 있지만 동시에 고립 문제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청년만 지원해 발생하는 사각지대에 대해 복지부는 ‘예산 확보 등의 행정적 측면에서 청년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19세 이하와 34세 이상인 사람도 위험도와 상황 등을 고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고립 ‘청년’ 지원이라는 이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노동활동가 (bethemi20@gmail.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