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 홈페이지 갈무리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SK하이닉스에서 일부 중간관리자가 규정에 없는 휴일 ‘코어타임’ 근무를 요구하고 이를 어기자 인사고과를 낮게 주는 일이 발생했다. 비슷한 시기 팀장 자의로 사직을 권했다가 인사부처가 제동을 거는 등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17일 SK하이닉스와 화섬식품노조 SK하이닉스사무직지회에 따르면 SK하이닉스 팀장 ㄱ씨는 9월과 10월 추석 연휴와 일요일 근무를 한 팀원 ㄴ씨가 팀장이 정한 코어타임 근무를 어겼다며 지시 불이행으로 낮은 인사평가를 줬다. 코어타임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SK하이닉스가 협업 등을 위해 정한 일종의 공통 근로시간이다. 오전 8시30분~저녁 5시30분이다.

ㄴ씨는 추석연휴와 일요일이었던 휴일근무에서 두 차례 7시께 출근해 5시께 퇴근했다. 이를 알게 된 ㄱ씨가 팀장이 정한 근로시간에 일하지 않았다며 인사고과에서 낮은 점수를 줬고, 종합평가 결과 낮은 등급을 받게 된 ㄴ씨는 성과급이 줄어 연봉 약 400만원 삭감이 예상된다. 현재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이번 달에는 또 다른 팀장 ㄷ씨가 기업의 기준을 벗어난 사실상의 권고사직을 팀원 ㄹ씨에게 요구한 사건도 드러났다. ㄷ씨는 SK하이닉스가 진행 중인 이른바 ‘명예퇴직’ 기준을 듣고 ㄹ씨를 면담해 퇴사를 요구했다. 명예퇴직은 일정 기준에 속하는 노동자가 원하면 일정 정도 보상을 하고 고용관계를 종료하는 제도다. 팀장을 역임한 사람 가운데 근속 20년 이상, 만 50세 이상이 대상이다. ㄹ씨는 당초 근속이 이에 미치지 않는다고 항변했지만 ‘해당 조항은 협의가 가능하다’는 팀장의 말에 명예퇴직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퇴사로 이어지진 않았다. 기업 인사부처가 ㄹ씨는 근속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려했다. ㄹ씨는 “처음 권고 받았을 때 머릿속이 하얘지고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며 “고심 끝에 동의했더니 대상자가 아니라며 반려한 상황을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회는 두 사건을 확인하고 지난 11일 회사에 공문을 보내 인사관리 규정이 모호해 팀장의 자의적 해석이 발생한다며 진상조사와 규정 개선을 촉구했다. 약 800여명에 달하는 팀장들의 개인적인 성향이나 판단이 인사관리에 큰 영향을 주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사용자쪽은 조사 중이라고 답변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ㄹ씨는 명예퇴직 대상자가 됐다는 대목을 매우 불쾌해하고 있어 진심어린 사과를 전하고, 해당 팀장이 명예퇴직 제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대목도 강하게 질책하고 있다”며 “ㄴ씨와 관련해서도 이의제기를 받아 근태관리가 지적을 넘어 과도하게 평가에 반영됐는지를 점검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제도와 기준이 바뀌는 과정에서 구성원에게 피해가 없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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