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고은 기자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한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일한 건설노조 경기남부타워크레인지부 조합원 A씨는 지난 10월23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 홈페이지에 ‘건설폐기물 혼합보관 및 덮개 미실시’라는 제목의 민원을 제기했다. 현행법상 건설폐기물을 분리 보관·배출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현장 확인을 통해 조치를 취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같은달 26일 원청 건설사 안전관리자에게서 “무슨 억하심정으로 민원을 넣은 거냐”고 묻는 전화를 받았다. A씨가 민원을 접수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A씨의 이름과 연락처를 모두 알고 있었다.

국민신문고에 건설현장에서 현행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아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달라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한 당사자의 정보가 원청 건설사에 유출돼 논란이 되고 있다.

건설노조가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A씨는 “안전한 건설현장을 위해 민원을 제기한 것인데 이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노조와 A씨에 따르면 국민신문고에서 접수된 해당 민원은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LH 광주전남지역본부로 이송됐다. 원청 관리자에게 전달받은 ‘민원 상세 내역’ 관련 문서에도 LH 워터마크가 새겨져 있었다는 게 A씨 설명이다. 이를 종합했을 때 LH쪽에서 원청 건설사에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건설노조는 정보를 유출한 직원을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고발하고 경찰에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A씨 법률대리인 손익찬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공익신고자 보호법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며 “헌법상 보장된 청원권을 침해한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행법 위반을 넘어 현장노동자의 사고예방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민호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장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 국민신문고에 제보했는데 이렇게 개인정보를 유출하면 앞으로 또 신고를 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오병일 정보인권단체 진보넷 대표도 “(이번 사건은) 단지 민원인 한 명의 정보인권 침해에 그치지 않는다”며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당사자(원청)에게 정보를 넘긴다면 공익신고제도 자체의 취지와 신뢰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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