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6월 아사히글라스의 한국 자회사 AGC화인테크노 구미 공장 앞에 적힌 글씨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지난 2019년 6월 아사히글라스의 한국 자회사 AGC화인테크노 구미 공장 앞에 적힌 글씨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아사히글라스 한국 자회사 AGC화인테크노한국이 공장 입구에 래커로 “원직복직” 등의 문구를 썼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5천200만원 상당의 손배해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청구금액의 10분의 1 수준인 384만원만 인정했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민사2단독(최유빈 판사)은 14일 AGC화인테크노한국이 금속노조 구미지부 아사히비정규직지회와 차헌호 지회장 등 4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도로손괴와 관련해 384만원을 배상하되 나머지 명예훼손 주장 등은 기각했다.

AGC화인테크노한국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하다 해고된 비정규 노동자들이 2019년 6월 복직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다 공장 부지 내 도로 등에 래커를 이용해 “인간답게 살고 싶다” “아사히는 불법파견 책임져라” “비정규직 철폐하라” 등의 문구를 적었다. AGC화인테크노한국은 래커 제거작업과 도로 재포장 등 원상복구 비용으로 5천200만원이 들었다며 그 전액을 청구하는 손배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감정평가업체는 낙서 제거작업에 384만원 정도가 드는 것으로 비용을 산정했고, 재판부는 이를 기준으로 손해배상 범위를 판단했다. 소송비용의 경우 90%는 AGC화인테크노한국이, 10%는 해고노동자가 부담하라고 했다.

차헌호 지회장은 <매일노동뉴스>에 “노동자를 괴롭히기 위해 시작한 소송인데 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선고가 이뤄졌다”며 “소송이 진행된 지난 4년간 심리적 압박과 고통은 누가 책임지나”고 따졌다. 차 지회장은 “청구금액의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금액만 인정됐지만 그렇다고 안도할 일인지 의문”이라며 “사측은 항소할 가능성이 큰데 노동자의 고통 또한 길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속노조와 손잡고는 이날 성명을 내고 “래커를 아세톤 등으로 지울 수 없어 도로를 갈아 엎었다는 사측의 주장으로 재판이 시작됐지만 결과적으로 사측은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재판부도 도로를 갈아엎을 이유가 없음에도 아사히글라스측이 무리하게 도로를 갈아엎고 그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뒤집어 씌운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라고 밝혔다.

또한 “손배 대상 노동자들은 9년 전 ‘비정규 노동자가 노조를 만들고 노동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문자 한 통으로 해고됐다”며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지회의 요구는 현재까지 제대로 수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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