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플랫폼의 비밀 알고리즘과 개인정보 열람청구권’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정소희 기자>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같은 음식배달 플랫폼사가 배달 라이더들의 배차 알고리즘 공개 요구를 끝내 거부했다. 이들은 위도·경도와 같은 라이더의 실시간 위치와 앱을 켜고 끄는 시간 등의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면서도 정보 열람을 요구한 라이더가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 조정을 신청하고 나서야 요청한 정보 일부를 공개하는 데 그쳤다.

제일 중요한 알고리즘 정보는? “영업비밀”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위원장 구교현)와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플랫폼의 비밀 알고리즘과 개인정보 열람청구권’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와 정보인권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가 함께 주최했다.

지부 소속 라이더 4명은 지난 5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쿠팡이츠·바로고 운영사에 각사가 수집하는 개인정보 열람을 요구했다. 위치·운행정보·배차 할당 기준·평가 점수·수수료 산정기준·패널티 기준 등 회사가 모으거나 만드는 개인정보 파일에 대한 열람권을 행사한 것이다. 이는 ‘정보주체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처리하는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해 열람을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한 개인정보 보호법 35조에 근거한다.

하지만 이들 4개 업체는 같은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10일의 회신 기한을 지키지 않았다. 신청인들이 재차 요구하고 나서야 배달의민족은 일부 정보에 대해 회신했고, 나머지 3개 업체는 회신하지 않아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을 거쳐 일부 정보를 공개했다.

배달 플랫폼은 라이더가 일하는 동안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위도·경도 정보에 더해 배달의민족은 고도·방위 정보도 함께 수집했다. 운행정보와 배달기록도 주요 수집 정보였다. 배달의민족은 라이더가 앱을 켜고 끄는 시간, 배차·수락·가게 도착·픽업 시간 등을 세세하게 나눠 수집하고 있었고 요기요나 쿠팡이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라이더에게 중요한 정보인 배차 할당 기준 즉 알고리즘에 대해서는 모두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플랫폼이 가진 정보 결정권 절대적”

배달 플랫폼이 가진 막대한 정보 수집 권한을 제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나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지난 4월 카카오와 네이버가 표적광고를 위해 개인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 열람을 요구했으나 개인정보 분쟁조정에 돌입해서야 정보를 열람할 수 있었다”며 “정보주체인 이용자가 언제든 열람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교현 위원장은 “배달 플랫폼은 초기 라이더가 일감을 수락하던 형태였으나 자동 배차를 도입하면서 알고리즘을 끊임없이 바꿨다”며 “알고리즘은 사실상 취업규칙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변경할 때 노조 의견을 반영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달 플랫폼의 과도한 정보 수집과 알고리즘 비공개 등의 문제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사실상 형해화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김병욱 변호사(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는 “정작 배달라이더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배차 기준, 수수료 기준, 패널티 기준 등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내용이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플랫폼은 정보 결정권과 통제권을 지니고 라이더의 동의권은 매우 형식만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실장은 “스페인은 법에서 정한 범위 이상으로 배달 플랫폼이 정보를 수집한다는 분석이 나오자 배달 플랫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며 “영업기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변명을 기업들이 쓰지 못하도록 우리나라 정부 역시 알고리즘이 기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조사해 개인정보 보호라는 법익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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